김명식展(해운대아트센터)_140520

몇 주 전부터 해운대아트센터 송진희 큐레이터로부터 “이번 전시는 꼭 보셔야 합니다”라는 협박 반 회유 반의 연락을 몇 차례 받았다. 주말에 작가 일정을 확인하고 갤러리를 찾았다. 김명식 작가는 대학 교수 정년을 얼마 남지 않은 연세였지만 피부가 맑아 보였다. 자기 관리를 참 잘 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주중에 갤러리에 오지 못해 혹시라도 필자 때문에 주말에 일부러 나오셨는지 싶어 죄송스러웠지만 작가는 오히려 필자 걱정을 하신다. 주말에 쉬어야하는데 혹시 나오지 않았는지… 배려가 깊은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작가는 90년대, 고데기 연작을 그렸었다. 고데기는 작가의 고향 동네인 서울 강동구 고덕 지구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친구들과 뛰어 놀던 논밭이 어느 순간부터 개발에 들어 간 것이었다. 작가는 고데기 시리즈에서 유년 시절의 자연과 추억을 그림으로 그렸다. 작가는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림의 주제는 자연이다. 작가는 2004년 뉴욕에서 연구교수로 있던 1년의 기간이 작품 전환의 새로운 분기점이 됐다. 뉴욕 이스트 리버 주변의 풍광을 그리기 시작했던 작가는 이후 ‘East Side Story’란 주제의 연작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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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에는 대부분 집들이 등장한다. 색색의 집들이다. 하지만 장난스럽게도 집들이 웃고 있다. 창문은 눈이 되고, 문은 입이 된다. 밝은 분위기에 알맞게 색상도 적당하다. 너무 화려하지도, 어둡지도 않다. 집의 색깔은 인종을 뜻하고 밝은 톤은 화합을 상징한다. 10년 전 작가가 본 뉴욕의 풍경이다. 그러한 상황이 이젠 우리 이웃에서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다문화 가족이다. 결코 남이 아닌, 우리가 이해하고 부둥켜안고 가야할 이웃들이다. 작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연결되어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입체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평면작업만 해 오던 작가가 뭔가 더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었나보다. 집의 형태인 입체작품은 사방을 둘러볼 수 있다. 평면 속 옹기종기 모여 있던 집이 입체 형태로 또 다름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입체 모양의 집들 역시 재미있다. 창문에 있는 커튼이 꼭 화장을 한 눈 모양이다. 사방에 문이 그려져 있어 열린 마음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작가는 올 해 바쁜 전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4월 서울 전시를 시작으로 5월에는 부산, 6월에는 뉴욕, 7월에는 일본 고쿠라, 9월에는 몽골 울란바토르, 12월에는 마이애미 등의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그래왔듯이 ‘부지런한 작가’의 계속된 행보가 이어진다. 고데기 시리즈,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후 또 다른 주제의 연작이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 본다. 아마도 새로운 연작이 시작되면 필자 역시 ‘부지런히’ 찾아가서 인터뷰를 해야겠다. 이번 전시는 해운대아트센터에서 6월 1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4. 5. 20 –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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