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봉호展(갤러리 화인)_141001

@ 이윤 -> 이유, 약자 -> 익사, 부자 -> 무사(이윤이 이유가 되는 지금, 약자는 익사했다. 부자는 무사하다.)
@ 감사 -> 간사, 둔부 -> 두부, 정치 ->장치(감사할 줄 모르는 간사한 그들은, 둔부의 접촉을 두부의 섭취처럼 여기며, 정치 역시 장치로 이용한다.)

열아홉 번째 부산국제영화제 시작과 함께 해운대가 들썩거린다. 적당한 기온과 화창한 하늘, 태풍마저 비껴 간 쾌청한 날씨다. 해운대 바닷가 옆 씨클라우드 호텔 입구에는 BIFF 현수막 옆에 ‘임봉호 개인전’ 현수막이 붙어 있다. 호텔 로비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갤러리 화인에서 비쳐 나오는 영상을 기웃거리면서 들여다본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쓱싹 쓱싹’하는 소리와 함께 영상 속에서 작가가 글을 지우기도 하고 또 쓰기도 한다. ‘석사’라는 글자를 ‘적자’로, ‘본질’이라는 글자를 ‘돈질’로 바꾼다. ‘석사를 마치니 통장 잔고는 적자, 본질은 멀어지고 돈질만 남으니, 수면도 부족하고 술병도 쌓인다.’라는 재미있고 의미심장한 한 편의 시가 완성된다.

임봉호 작가는 학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다. 대학원에서는 판화를 전공했고 요즘은 영상작업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록의 진실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기록 된 것은 정말 진실일까? 물론 아니다. 그것이 공신력 있는 언론일지라도, 과학적 정의에 의해 밝혀진 이론일지라도 ‘진실’이라는 단어를 적용하기는 힘들다. 물론 작가가 이야기 하려는 진실은 이러한 의미를 염두 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상식을 바탕으로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작금의 여러 상황들을 고려 해 본다면 작가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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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언론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낸다. 지난 2년 동안 여러 종류의 매체를 살펴보면서 한 가지 사건에 대해 각각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조사했다고 한다. 거기에는 보수, 진보, 중도 언론이 있고 어휘의 테크닉도 다양했다. 때로는 신조어가 생기고 과거에 사용하던 용어가 언론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작가는 이러한 언어의 현상을 관찰하며 ‘고전’과 ‘시사’적인 부분과 결부시키고 있다.

『시각 예술을 받아들이는 것은 시각적 인지를 통해 관람자의 지성이라는 해석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 본다. 인지된 개념은 언어의 기록으로써 기억에 존재하게 되며, 회상으로써 기억을 끄집어 낼 때에는 기억이란 기록을 되새김 하는 것이다. 나의 연작시리즈 <‘Not in your dictionary(네 사전에는 없다)’, ‘Bongcabulary(봉호단어장)’>은 시각예술에 있어서 가장 직접적인 표현에 관한 것으로, 우리 모두가 사회의 구성원이며 그로써 경험하는 일반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작가로써 내가 바라보는 시각예술의 표현에 있어 가장 정확한 시각적 제시는 언어와 그 자체, 행위의 기록이다.』 <작가 노트 중에서>

작가의 이러한 태도는 작가뿐 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적용된다. 주어진 정보가 모두 진실은 아니다라는 작가의 설명처럼 사회적인 이슈에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는 있을 것이다. 작가는 아직도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 다음번에는 문학을 대상으로 시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한다. 작가가 언어기호에 대해 적극적인 개입으로 비판적인 의미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이번 전시회는 10월 10일까지 해운대 갤러리 화인에서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 화인
– 일시 : 2014. 10. 1 – 10. 1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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