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임, 이원주展(해운대아트센터)_141113

해운대아트센터에서는 11월 초부터 연이어 신진작가들의 전시회가 개최 중이다. 미술계의 오랜 불황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을 무시 못하는 화랑에서 신진작가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은 여러 의미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며칠 사이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해운대 달맞이언덕의 풍광도 낙엽과 함께 알록달록 해지기 시작했다.

전시장에는 신정임, 이원주 두 작가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두 작가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업작가로 첫 발을 내딛는 작가들이다. 전시장에 있는 금속공예 작품들은 유희성과 실용성 그리고 조형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또한 젊은 작가들답게 개성있는 의미를 작품에 담으면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접목 시키고 있다. 머지않아 이러한 아이디어에 경험이 축적되면서 원숙미를 가진 작가로 발돋움하기를 기대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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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 이원주 작가의 작품이 먼저 관객을 반긴다. 작가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금속부문과 부산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받은 경력의, 젊지만 실력 있는 작가다. 오른쪽 벽면에는 트럼프 무늬를 가진 서랍 형태의 작품이 눈에 띈다. 또 체스판 위에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고 블록 형태의 작품도 보인다. 이처럼 작가는 게임이나 오락에 사용하는 도구들을 작품과 결부하여 딱딱함 보다는 흥미성을 강조한다. 그 외에도 보드게임의 하나인 오셀로 게임을 응용한 작품과 TV 오락프로그램에서 복불복 게임 때 종종 등장하는 룰렛 형태의 작품도 보인다.

이원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놀이의 재미’라는 평범한 모티브를 금속조형작품에 접목시켰다. 이러한 흥미성을 통해 작가는 타자와의 만남과 인연을 생각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통해 이러한 게임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잠시나마 사람의 체취가 물씬 풍겨날 것 같은 상상을 해 보기도 한다. 작가는 전시 주제인 ‘PLAY’를 통해 사람들 간의 관계에 주안점을 두며 작업 해 왔다고 한다.

전시장 안 쪽에는 조그마한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있는 장면들이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니 강아지 외에 토끼도 보인다. 이 동물들은 때로는 가로등 아래, 때로는 집 안에서 서 있거나 앉아 있다. 얼핏 보기에는 마냥 신나는 소재인 듯 하나 신정임 작가는 또 다른 생각을 이야기 한다. “현대인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자신들의 안정감 때문입니다. 바쁜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왔을 때 반겨주는 반려동물이 주는 큰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반려동물들은 집안에 갇힌 채 주인이 집에 오기만을 바라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마음을 생각해보면서 작품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한 쪽 벽면에는 전구 모양의 투명 유리 구 안에 강아지들의 모습이 담긴 세 점의 작품이 있다. 세 작품에는 시간이 새겨져 있는데,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 시간 때 각각의 모습들을 담았다. 흔히 집안에서 키우는 반려동물들은 만났을 때의 반가움만 생각하지 주인이 없는 공간에서 혼자 집을 지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신정임 작가는 집이라는 조형적인 형태와 그 속에 배치된 강아지와 토끼들을 통해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게 하고 있다.

이원주, 신정임 두 작가의 전시는 모두 ‘관계’라는 큰 주제를 통해 금속공예 작품이 조금 더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 숨겨있는 이야기들을 관객들이 나름 상상해 만들어 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 유희적인 요소와 함께 작품으로서의 조형성도 갖추고 있는 두 작가의 전시는 해운대아트센터에서 11월 19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4. 11. 13 –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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