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展(미부아트센터)_141205

사무실이나 집에 있는 PC 주변에 앙증맞은 선인장을 종종 볼 수 있다. 한 때 전자파를 차단한다고 해서 유행했던 것 같다. 미니 선인장은 빨강, 주황, 초록 등 알록달록한 색상을 띠고 있어 특히 인기가 많은데 선인장을 담는 화분도 도자기나 플라스틱 재료로 예쁘게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공기정화와 산소 배출률이 높은 선인장도 있어 그 인기는 여전히 높으며 컬러 선인장은 해외 수출도 하는 효자 종목이라고 한다.

부산시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미부아트센터에서는 ‘다양체 혹은 증식하는, 페르소나’라는 주제로 정희진 개인展이 열리고 있다. ‘선인장’과 ‘증식’이라는 단어를 염두 해 두고 갤러리를 방문했다. 전시장 2층 공간을 들어서니 갈라진 형태의 커다란 천이 눈앞에 펼쳐진다. 거대한 선인장 천이 출발하는 곳은 갤러리 한쪽 구석 벽 위에서였다. 그 곳으로부터 ‘증식’ 하듯이 아래로 또는 옆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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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식하는 설치물 양 옆쪽에는 선인장을 묘사한 드로잉 작품과 정방형의 사각 틀 속에, 면에 채색을 하거나 염색한 천을 오려 붙인 작품들이 나열되어 있다. 천의 가장자리에 튀어 나온 올실은 마치 선인장의 가시 같은 느낌을 주며 하나의 사각 틀 안에 여러 개의 선인장들이 다양한 형태로 그려지거나 붙여져 있다.

정희진 작가는 이번 전시를 설명하면서 “작업을 시작하면서 개념의 포인트로 잡은 것은 어떤 대상이든 독단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체와 개체들이 만나서 군집을 이루고 군집들은 또 집단을 이루는 것이 인간의 삶과 비슷했습니다. 문틈에서 점점 증식하는 선인장들이 어느 순간 우리 삶에 존재하고 파생되어 가는 과정을 설치 작업에 담아 봤습니다. 또 번식력이 강한 선인장이 스프링클러에서 새어나오는 모습, 문틈에서 자라고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형태를 드로잉 작업에서 묘사했습니다.”라고 밝힌다.

『정희진은 최초 고안단계에서부터 선인장의 본질에 작업의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 선인장은 처음, 정희진의 생활환경 속에서 발견된 어느-하나의 객체에 불과했으며, 이것은 마치 창문 밖에 늘어선 가로수와 다르지 않은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원시세포가 분열과 증식을 거듭하며 각양각색의 페르소나를 드러내는 순간, 정희진은 작품제작에 관계된 분리와 재생산의 방법을 새롭게 발견하기에 이른다. 이것은 일관성을 가진 생산과정의 반복적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때, 페르소나는 응집된 구조 속에서 증식하는 다양체라는 관계를 받아들이게 되며, 결국 선인장은 처음의 발견된 객체에서 독립되어 새로운 페르소나를 가진 존재방식을 획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인장은 자연의 그것과 동일한 근본개념을 함축하고 있는 등, 완전하게 닫혀있지 않은 구조 속에 스스로를 위치시키려는 태도를 지향한다.』<Noella K. Chung 평론 중에서>

이번 전시 주제에 사용하는 용어인 페르소나(persona)의 사전적 의미는 ‘자아가 다른 사람에게 투사된 성격, 외면적으로 보여 지기를 원하는 자기 모습, 사회적 자아로서 사회적 역할에 따라 변화하는 ‘ㅇㅇㅇ로서의 나’ 와 같은 인간의 가장 외적인 인격을 뜻한다. 인간에게는 페르소나가 있기 때문에 개인은 생활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반영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자기 주변 세계와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다.’이다. 이 단어 속에 정희진 작가가 표현하려는 의도가 잘 드러나 있는 것 같다. 작가는 선인장이라는 식물을 통해 분리와 재생산, 다양체라는 메커니즘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각하는 개념의 마지막이 아니며, 또 다음 전시에서 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번 전시는 미부아트센터에서 다음 달 1월 4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미부아트센터
– 일시 : 2014. 12. 5 – 2015.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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