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생展(갤러리 폼)_20150410

박은생의 흔적- 시간, 공간 그리고 철 이야기

김경선 GalleryForm 디렉터

작가의 작품은 작가와 아주 많이 닮아 있다.

박은생은 세련되지 않고 투박하고 말주변도 없다. 경상도 남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런 그의 작업들은 그를 닮아 있다. 매끈하게 가공되어 있지 않고 꾸미려 하지 않은 소박하고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있다. 철이라는 금속의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충실해 있다. 삼각형, 사각형의 퍼즐 조각과도 같은 조각들은 우직한 예술가의 노동에 의해 새로운 의미로 탄생된다. 조각들은 용접의 뜨거운 불길을 이겨내고 고스란히 투박한 흔적의 상처를 안고 있다. 작업의 과정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다. 물성이 가지는 본성에 충실하다. 인위적으로 연금술적 본질을 버리기를 거부한다. 생긴 대로 있는 그대로의 과정과 결과를 겸손하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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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의해 새롭게 탄생된 거대한 철 조각은 작업실의 온기 속에 안주하지 않는다. 비바람을 맞으며 또 한 번의 자연발생학적 담금질 과정을 겪어야 한다. 금속은 공기 중에 방치했을 때 시간과 결합하여 금속 표면을 새로운 산화물로 전환시킨다. 금속표면에 생성된 산화물로 인하여 금속 본래의 표면 광택을 잃고 새로운 물성으로 자연스럽게 전이된다. 이 또한 철이 가지고 있는 물성의 고유성과 시간과의 상관관계를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시간에 의한 자연스러움을 겸손하게 받아들인다. 이 또한 작가 박은생과 닮아있다.

작가의 예술작품은 예술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내적인자에 의해 규정되지만 작가 자체의 고유한 표현이나 전달기능에 의해 사회와 유기적으로 작용한다. 작가의 본질과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사회적 공감을 일으켜야한다. 작가로서 예술이 갖는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고민해야한다.

입체 작업의 특성상 외곽등지에서 작업실을 꾸려야 했던 박은생은 부산의 대안공간의 산역사로 예술가로서의 삶과 서로 연대하고 있다. 때로는 고달프고 힘든 일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작업처럼 꾸미거나 감추려 하지 않는다. 빚을 내서 작업을 하고 작품이 팔리면 그 빚을 갚는다는 본인의 얘기를 숨김없이 아주 담담히 풀어낸다. 그는 시간이 흐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비바람에 의해 표면과 광택을 잃었으나 사춘기 소녀의 발그스레한 얼굴빛처럼 녹이 핀 박은생의 작품은 부산 조각의 풋풋한 미래이다. 그러나 박은생 작가를 청년작가로 분류하기에는 나이가 많다. 사회적 책임과 부산미술계에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 기성세대이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더 이상 삶과 작업에 대해 실험적이거나 전향적인 전환이 오지 않기 바란다. 우직하고 투박한 경상도 작가로 남아주길 바란다.

공교롭게도 4월 10일 부산에 이우환 미술관이 개관하는 같은 날에 박은생 전시를 오픈한다.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 공식적으로 부산 시민들의 품으로 안기게 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사물과 공간, 상황에 대한 고유성을 발견하고 공명시킨다는 거장의 철학적 의미에 반하여 박은생의 작품은 소박할지도 모르지만 박은생은 작은 흔적들을 남기고 싶어한다. 시간에 의해 부식된 철이 가져다주는 흔적들과 이를 공간에 위치시켜 새로움을 인식시키고 싶어 한다. 이 또한 현대 미술의 거장과 차세대 작가와의 조응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김경선 GalleryForm 디렉터)

– 장소 : 갤러리 폼
– 일시 : 2015. 4. 10 –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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