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展(해오름갤러리)_20150415

옛 그림으로의 순환

옛 선조들은 자연을 가장 큰 스승으로 여겼다. 동양의 오랜 가르침에도 자연을 본받아 인위적이지 않는 순리에 따르는 삶을 살자는 말이 있기도 하다(無爲自然). 그처럼 자연의 모습을 본받고 따르고자 했던 노력은 여러 예술 작품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자연의 모습과 그 안에 우주적 질서, 삶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선과 덕, 사랑, 관용의 마음가짐을 담아냈다. 그러한 뜻을 예술 작품으로 남김으로써 후손 대대로 그 뜻이 이어지고 전달되기를 바랐다. 박영수 작가가 옛 그림을 다시 캔버스에 담아낸 이유도 그와 같다. 그는 자연의 품처럼 인간에게 더없이 편안한 곳은 없으며, 그처럼 늘 자연과 가까이에서 더불어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한 자연에서 그가 눈여겨보았던 것은 자연의 ‘순환’적 질서였다. 사계(四季)로 표현한 자연의 다양한 모습과 역행하지 않으며 순리를 따르는 그 ‘순환’적 질서를 통해서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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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에서도 순환을 의미하는 물고기 형상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옛 작품을 새롭게 변형하여 공감대를 드러낸다. 그것은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많은 이들이 종종 잃어버린 자연적 질서와 리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누구나 마음 한 쪽에 모든 생명의 근원인 자연을 그리워하고 간직하며 산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이 무수히 흐른 그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는 인간적 본질이며, 옛 정신과 가치에 대한 순환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작가는 오랜 시간 문화 예술로서 향유됐던 작품에 내재한 정신을 공유하며 공감을 표현한다. 이처럼 작가가 다시 불러일으켜 낸 작품들도 민화부터 산수화, 사군자, 장생도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한지 위에 잔잔하게 스며드는 먹의 번짐을 캔버스 위에 유화로 표현한다. 먹의 예민한 농담 표현과 은은함이 그대로 캔버스 위에서 실현된다. 그렇기에 모든 전통적 필법에서 벗어나 제한 없이 구현하는 작가만의 형식이다. 유화와 캔버스에 수묵의 농담 표현이 주는 분위기는 살아나면서 세밀한 사실적 묘사 또한 가능해진다. 그렇게 새롭게 창작해낸 전통적 공간은 그 공간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가령 수직으로 한없이 길게 뻗은 절벽은 실경이기보다 상상의 공간과도 가깝다. 아스라이 뒤덮은 안개 또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한편 가상의 공간 속 다양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모티브가 된다.

그렇게 새로운 형식 속에 정신을 이어나간다. 재료나 기법은 다를지라도 살아가고 느끼는 이 땅에서 얻는 감수성은 그와 같이 또한 순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자연과 그 일부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렇게 자연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깊어진다. 프랑스 작가 다비드 르 브르통 또한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는 일은 일상을 전복시켜 내재된 성질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일이기도 하다. 이는 표면 위에서만 살아가며, 그 표면을 자신의 유일한 깊이로 삼고 겉으로 보이는 것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숱한 사람들에게는 심연처럼 여겨지는 일이다.”고 얘기했다. 이제 찬찬히 시간을 들여서 그의 그림을 눈여겨보자.<전시서문>

– 장소 : 해오름갤러리
– 일시 : 2015. 4. 15 –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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