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모展(갤러리 조이)_20150508

행복한 그림거울 ‘고향이야기’ 에스프리esprit

글 / 손소운孫素雲

정영모 작가의 노란 꿈을 꾸고 있는 그림거울에는 평화롭고 따뜻한 고향이야기가 들어 있다. 번뇌가 없는 행복과 자유로운 삶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그는 왜 고향이야기 라는 테마의 연작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그를 낳고 성숙하게 키워준 부모 형제 그리고 따뜻한 정감을 나누던 친숙한 이웃에 대한 무아지경의 현현顯現한 향수의 깃발이 펄럭이며 아련한 그리움이 꿈처럼 회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샤갈의 거울이 순결한 사랑의 거울이라면 정영모의 거울은 풍요로운 행복의 거울이다. 문득문득 뜬금없이 떠오르는 그리움의 거울이기도 하다.

정영모의 그림은 자세히 보아야 재미가 있다. 그림 안에 작디 작은 미토스 같은 고향이야기의 실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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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고향바다 수평선 너머 떠가는 화물선에서 들려오는 뱃고동소리와 갈매기의 비상, 그리고 물고기 떼의 자유로운 유영, 기쁜 소식 전하려 깍깍 짖어대는 까치가 앉은 근사한 기와지붕이며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초가집 동네 굴뚝에선 밥 짖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저 푸른 초원위에 젖소들 노니는 목가적인 풍경이며 누이 얼굴처럼 정겹게 떠 오른 보름달 속에 떡방아 찧고 있는 귀여운 토끼의 초상, 커다란 동백나무에 등처럼 매달린 선홍빛 꽃의 만개, 가을 어느 멋진 날이던가… 귀향길 마중 나온 키 큰 느티나무가 줄지어 묵도하고 있고, 달빛 한 줌 그리움을 모으는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앉은 초가동네, 청노루 뛰어 노는 먼 산 그림자 내려앉는 솔숲에 푸른 바람이 스치우고, 따뜻한 시선에 응축되고 있는 그의 고향이야기는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빨강색으로 온통 칠해 놓는다. 마티스의 그림이 단순화 하는 작업이 듯 정영모의 그림은 군두더기 없는 단순하게 절재 된 직관으로 그려진 작업이다. 그의 그림에서 일관되게 등장하고 있는 호랑이는 맹수가 아니라서 하나도 무섭지 않다. 호랑이는 바로 유년시절 정영모를 무릎에 재우며 도란도란 옛이야기 들려주시며 부채로 모기를 쫒으시던 인자한 할머니의 이미지로 고향이야기의 수호신이다, 정영모의 고향이야기는 어쩌면 소박하고 정결한 프리미티브 아트(primitive art)의 영역으로 볼 수 있는 내밀한 동경구상의 진열인지도 모를 일이다.

프랑스의 시인 폴 크로텔은 “눈으로 듣는다”라고 말한다.
때 묻지 아니한 순수하고 맑은 눈으로 듣는 그의 그림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름답고 정다운 고향이야기가 분명하게 들리기 때문에 눈으로 이야기를 듣을 수가 있는 그림이다. 플라톤은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보고 그림을 그렸을 때, 그림은 어떤 사물의 시뮬라크르가 된다”라고 말했다. 정영모가 시각적 거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유추하고 있는 회화적 심상은 가지적(可知的)상상과 고향이라는 원상에 대한 꿈을 유추하는 모색, 이 두가지 법칙을 회화적 기법에 변용하여 상응하고 조응시키는 시뮬라크르가 되며 동시에 그의 사물의 성립은 고향이야기의 문화적 모양(eidos)이 된다. 고향이야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아름다운 상상과 그리움의 대상인 사물의 성립(Physis)은 그가 관람자와 공유하고자 하는 고향이야기의 예술적 표현이다.

정영모의 그림은 화중유화(畵中有話)다. 그림의 표면과 내면의 경계에서 표면의 어떤 사물의 형상과의 만남이 아닌 내면읽기다. 표면에 흐드러진 꽃줄기 또는 무성한 꽃무릇을 통해 들여다 보이는 내면에 실재하고 있는 고향이야기의 추억을 연상하는 방백(asid)과 관류하고 있는 그의 이원구조적 작가의식은 고향이라는 원상의 모습과 그로 인한 미토스의 전개가 소멸되지 않는 생성과 반복을 거듭하고 있는 영원한 추억의 실체며 달빛에 젖은 꿈이며 맑고 투명한 정서이다. 실재로 그와 만나 대화를 해 보면 따뜻하고 정다운 품성을 읽게 된다.
따라서 정영모의 시각과 지각에서 표현되고 있는 절제된 그림의 심상적 표현은 자연주의 회화의 유연한 감성과 그가 즐겨 사용하는 밝고 선명한 색채의 이미지는 격조 높은 정서감과 동적인 질서감으로 그림이 매끄럽고 안정적이며 선의 느낌이 명확하다.

감상자의 시선의 중심에 명확한 선과 색채를 절제된 질서감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작가의 개성적인 회화적 표현기법이다. 정영모가 표현하고자 하는 절제된 간결한 묘사는 화면에 가두어 놓지 아니하는 이원적 공간에서의 시각적 구성으로 사실주의적인 신중하고도 절묘한 관찰에서 표현되는 낭만적이며 감성적인 예술적인 드라마틱한 회화적 연출이다.

정영모는 한국적 정서나 정감을 몹씨 사랑한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관람자를 괴롭하지 않는 재미있는 펀놀로지(Funnology)의 그림이다. 한국의 자연을 통한 인간관계와 온유한 사랑의 모태인 고린도적 신앙심의 평화를 그림에서 관람자와 교감하려 하고 있다. 그의 작품 의도는 그림의 투시체계에서 참으로 절묘한 문화적인 회화적 힘을 지니고 있다. 색채의 깊이감에 대한 표현을 드러내기 보다는 밝고 상쾌한 단색면의 평면효과를 극대화한 마티스의 색의 조화처럼 정영모는 그림에서 주로 황금이미지의 노랑색과 여백의 상징인 하얀색, 풍요의 상징인 초록색과 성숙한 열정의 빨강색을 평면배열로 즐겨 사용하고 있으며 닥종이 표면의 약간 올록볼록한 질감위에 그리움을 불러 오는 이원구조의 소박한 에스프리를 심상화 하는 작업을 한다. 우리는 정영모의 또 다른 고향이야기의 추적을 상상하며 그의 고향이야기가 조응되고 있는 행복한 거울울 보아야만 한다.//글  손소운孫素雲

– 장소 : 갤러리 조이
– 일시 : 2015. 5. 8 –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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