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조인호展(해오름갤러리)_20150617

//김태훈 작가 노트//

“언제나 그림은 우리곁에 있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빛이 그려내는 그림들은 무심코 스쳐지나간다
너무 익숙한 광경이고 당연한 풍경이라 보지못한다
빛은 우리곁에 있는 골목과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고 나는 그 그림을 훔친다.

낡고 오래되었거나 일상의 거리에서 장면을
찾아내어 그것을 현대회화적인 느낌으로 보여줘 빛의 여러모습을 담아낸다

빛은 카메라의 앵글을 통과하며 한점의 현대회화로 변신한다.
재 탄생되는 순간을 목격하며 그 순간을 지극히 사랑한다
한장의 그림을 찾았을때의 떨림은 섬광처럼 번쩍이며 손가락을 통해 셧터로
전해진다.

빛의 흩어짐이 일상의 거리에 흩뿌려져 대문,담벼락,골목등에 존재하는
여러모습들과 어우러져 누구도 미처 알지못하는 그림을 그린다.
발견되길 숨죽여 기다리고 있는 그것을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한
공간의 구성으로 작가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다.
그림은 그리 멀리있지않다 항상 우리곁에 존재한다.

웹이미지

//조인호 작가 노트//

화사한 것, 빛나는 것을 그리고 싶은데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것처럼 내 발걸음은 여전히 녹슨 무언가에서 머뭇거린다.
녹은 철이 산화되어 차갑고 단단한 본질이 부드럽고 따뜻한 것으로 변화된 것이다.
나에게 녹은 일정 시간이 누적된 아름다운 조형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마치 금속이 흘린 눈물 자욱처럼 그 안에 영원할 수 없는 슬픔을 머금고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녹은 허무의 미학과는 다른 변화의 미학, 시간의 미학이다.
순수한 아름다움은 대부분 슬픔을 머금고 있다. 영원한 가치 앞에 그 시간성의 한계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붉게 타오르는 저녁 노을이, 고호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이 아름다울 수 있는 건 그 안에 유한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의 슬픔이 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녹슨 타임머신이 멈추었다
이제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갈 수가 없다.
정지된 시간의 무풍지대에서
그저 유유자적 세월을 낚는다.
그러나 빛의 나무가 자라면
시간의 수수께끼가 풀릴 것이다.

<녹슨 태극기>는 한국인의 자화상에 대한 원망과 연민이 동시에 담겨져 있다.
그래서 내겐 슬픈 태극기로 기록된다.

어린 시절 집 마당에서 녹슨 총 하나가 나온 일이 있다.
예전에 일본인 장교의 집이었다는 얘기도 그 때 알게 되었다.
살아 가면서 가끔 그 녹슨 총이 떠올랐고 내가 참여했던 영화 내용 중에도 땅 속에서 녹슨 총을 발견하는 장면이 있어 내 무의식 가운데 계속 그러한 녹슨 시간성이 오버랩 되어 온 듯하다.
나는 그 녹슨 고철 덩어리가 많은 얘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인간사의 모든 욕망과 전쟁과 미움들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으로 흘러갔다.
결국 나는 오랜 질곡의 역사 속에서 그려진 우리의 자화상에 대한 연민을…
지금 우리의 모습에 대한 애정어린 원망을…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애쓰며 살고 있는지를…
이 녹슨 태극기를 통해 침묵으로 질문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태극은 음양의 조화에 의한 우주의 무한한 순환 원리를 상징하지만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보니 나는 그 순환조차 녹슨 것, 유한 한 것으로 그려 놓았슴을 본다.
마치 우주의 눈물 방울이 굳어진 금속 결정체처럼 반어적 표현을 한 것이다.
무극의 순환원리인 태극조차도 우리의 참된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공허한 궤적일 뿐 아무런 가치나 의미가 없을테니 녹슬고 얼룩져
내 가슴에 문신처럼 아프게 새겨둔 이러한 나의 표현에 사족처럼 또 하나의 당위성을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정지된 듯한 오후의 풍경속에 내재되 있는
밝은 빛의 우울…
그리고 어디엔가 따뜻하고 평온한 곳으로의
the way back…

시간 여행을 하던 버스가 어느 곳에 멈추어 녹이 슬어간다.
그곳은 무풍지대처럼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버스의 녹슨 바닥을 뚫고 자라나 창밖으로 가지를 뻗쳐 무성한 잎을 틔우는 한그루 나무를 보게 된다.
오래전부터 기다리던 달빛아래 나무는 옅은 바람과 편안한 대기를 느낀다.
세상은 멈춘 듯해도 내안의 생명은 멈추지 않고 영원을 향해 그렇게 자라는 것이다.

절망과 슬픔의 시간이 쌓여가던 어느 날
울고 또 울고 거울속의 내 모습이 흐려져 보이지 않아
세면대의 물을 틀었을 때 짙은 녹물이 흘러나왔고
그것은 마치 내 눈에서 흐르는 녹슨 눈물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고
거울 속엔 등 뒤에 막혀있는 벽이 밖으로 활짝 열린 문이 되어
눈부신 바다와 햇빛에 반짝이며 떠가는 돗단배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이제 눈물을 멈추고 고개를 들자
이 땅위에 영원한 것이 없기에 슬픔 또한 영원하지 않다
고개를 들어 용기를 내서 눈부시게 빛나는 영원의 세계를 품을 때
우리의 소중한 인생이 비로소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줄 것이기에…

우리의 모습이 때로 낡고 남루해 보여도
그 안에 간직한 오랜 기다림의 열정은 언제나 피어나는 봄이다
Why don’t you take my old car?

가슴에 커다랗게 구멍이 나있는 녹슨 상처의 로봇이
오랜 시간을 웅크리고 지내다 문득 새롭게 마음을 먹고 세상밖으로 나들이를 나선다
악기가방의 오랜 녹을 털어내고
이제 더 이상 비를 맞지 않겠다며 낡은 우산도 하나 챙겨들고서…
세상의 모든 마음 아파하는 이들의 오랜 상처가 아물고
희망으로 용기를 내어 더 넓은 곳의 따뜻하고 평온한 대기를 호흡할 수 있기를 바라며…
– 장소 : 해오름갤러리
– 일시 : 2015. 6. 17 –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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