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애展(에스플러스 갤러리)_20150616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있다. 마음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화가에게 있어서도 이 말은 적용된다.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마음에 변화가 오면 작가의 눈높이는 바뀐다.

알루미늄. 오랫동안 서양화 작업을 해온 이경애 작가가 최근들어 새롭게 주목한 소재다. 그는 알루미늄 판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판 속에 잠재된 가능성에 눈을 돌렸다. 그러자 금속판에서 대자연의 형상과 빛, 그리고 그림자가 보였다.

이때부터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다. 종교적 용어로 표현하면 일종의 ‘회심’인 셈이다. 마음을 돌리자 세상이 달리 보이고 작업 열정까지 되살아났다. 그 열정을 오롯이 금속판에만 쏟았다. 그가 알루미늄 소재에 천착하게 된 계기는 여행이었다. 작가는 수년 전 경험한 실크로드 여행을 통해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았다.

“실크로드의 광경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세계였어요. 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처절한 광경이었죠. 먼지와 모래가 만든 산과 시간이 만든 퇴적층은 저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았습니다. 자연에 대해 재발견을 한 거죠.”

자연은 작가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잡다한 생각과 천박한 욕망도 한 줌의 모래가 되었고 광대한 공간을 작가의 영혼에 새로운 감정을 불어 넣어주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에서 굽이굽이 도는 물길과 좁다란 길로부터 선과 면의 새로움 모습을 발견했어요. 바위 틈과 균열 사이사이의 숲, 어긋난 단면과 주름에선 볼륨을 발견했죠. 능선이 주는 요철에서 빛과 그림자를 만난 거고요.”

이로 인해 작가는 자연의 원리 속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의 시지각 속으로 들어온 광경은 대자연의 원초적 이미지였다. 관념 안에만 맴돌던 자연을 버리고 직접 자연의 속살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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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발견…보는 위치·각도에 따라 작품의 맛 천차만별

그렇게 해서 발견한 것이 있다. 빛이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한 이래 빛은 46억년 동안 존재해왔다. 그가 빛에 비로소 개안을 하자 빛은 그에게 살가운 존재로 다가왔다. 그리고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갯빛으로 많은 영감을 안겨주었다.

그의 작업은 풍경이되 산맥, 계곡, 폭포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간 모습이다.

“이번과 같은 대형 전시는 처음이에요. 우리나라의 산세를 담은 작품이 주를 이루죠.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산의 모습을 표현해 보려고 애썼어요.”

빛이라는 게 고정돼 있는 게 아니다. 각도에 따라, 우치에 따라 얼마든지 느낌이 달라진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그는 이러한 빛의 성질을 작품에 반영했다. 전시장 바닥에는 작품을 감상하는 포인트가 표시돼 있다. 보는 위치, 각도에 따라 작품의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해안의 썰물 현장을 담은 ‘빛을 보다’ 작품은 한낮의 땡볕같은 태양빛처럼 반사되다가도 위치를 바꿔서 보면 석양의 노을빛처럼 잔잔하게 다가온다. 울산바위를 표현한 작품 역시 지는 해의 모습과 한낮의 태양을 받아 빛나는 울산바위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있는 그대로 똑같이 풍경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받은 느낌을 작업실에서 다시 소화해내는 거죠.”

작업은 번거롭고 고단하다. 여자의 몸으로 감당하기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노동에 가깝지만 농부의 땀과는 그 맛이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예술가가 흘린 땀은 작가정신의 환생이다.

“물리적 힘을 가해 샌딩 작업을 하다보면 몸에 치명적인 알루미늄 분진이 발생해 분진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끼고 작업을 하죠. 알루미늄 보드를 공장에 가서 절곡해 와서 캔버스처럼 만들어야 하는데 무게를 감당하는 게 만만치 않죠. 그런 환경적 문제가 좀 어려죠. 그런 힘든 점이 있기는 하지만 성취의 기쁨과 다음에 진행될 작품에 대한 기대를 생각하며 극복해 나갑니다.”

그는 그라인더 등 금속성 재료를 도구로 이용해 물리적 힘을 가해 알루미늄의 속살을 드러낸다.

“알루미늄 보드 위가 밀착이 좋지 않아 유화물감을 사용해요. 오일이 마른 후 스크래치를 주고 다시 반투명 정도로 덮어서 스크래치를 주는 것을 계속 반복하죠. 드릴에 철솔을 달아 긋기도 하고 그라인더를 쥐고 위아래로 힘차게 내려 긋기도 하죠. 그림을 그리듯 하나하나 철솔로 표현합니다.”

그는 작업할 때 특히 결을 중요하게 여긴다. 스크래치의 방향과 강약, 그리고 반복의 정도에 따라 여러가지 빛이 만들어진다. 세로로 깍느냐, 가로로 깍느냐, 사선으로 깎느냐에 따라 빛은 요동치듯 달라진다.

그의 작업은 자연의 재현이라기 보다 실현에 가깝다. 스크린처럼 펼쳐진 대자연의 정경은 마치 그 속에 어떤 생명체가 들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자연을 담은 것이지만 강하고 견고하고 스펙터클하다. 알루미늄 금속판은 작가의 열망과 에너지, 대자연이 주는 감동이 복합적으로 펼쳐지는 장이다.

◆ “따뜻한 빛을 이용한 작품 계속 하고파”

이경애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은 ‘빛의 유희’다.

“빛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 할 거예요. 그게 산이 될수도 있고, 강이 될수도 있고, 바다가 될수도 있죠. 빛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은 무궁무진하니까요. 따뜻한 모습을 작품에 담고 싶다”

작가는 한양대 미술대학을 졸업했으며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했다. 개인전 11회, 단체전 24회 참가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 한국수채화협회 이사, 세계미술교류협회 회원, 아시아미술교류협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글 : 스포츠월드 강민경 기자)

– 장소 : 에스플러스 갤러리
– 일시 : 2015. 6. 16 –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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