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진展(스페이스 나무)_20160509

고충환 평론

임상진은 부처를 그린다. 목불이나 철불 보다는 석불을 그린다. 석불은 석재 특유의 요철을 가지고 있다. 요철 탓에 석불은 석불답다. 석불을 석불답게 해주는 것이 요철이다. 요철은 석불의 표면현상이지만, 석불을 그림으로 옮겨 그리는 과정에서 표면현상은 그림의 이면으로 잠수한다. 바탕질감을 통해 요철효과를 조성하는 것인데, 여기서 작가는 전통적인 방법을 차용한다. 세간에서 미끌도박으로 알려진 재료며 기법이다. 석회와 모래와 해초를 삶아 기와와 기와 사이에 바르는 모르타르와 같은 일종의 접착제를 만들어 화면에 덧바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면 미세한 요철을 옷처럼 입고 있는 부처가 오롯해진다.

석불은 요철 탓에 석불답다고 했다. 요철 자체는 표면현상이지만 작가는 바탕질감을 통해 표면현상을 재현하고 실현한다고 했다. 결국 그 표면현상은 바탕이 밀어올린 질감이다. 형식과 내용은 별개의 범주며 영역으로 구분할 수가 없다고 했다. 형식이 내용이고 내용이 형식이라고 했다. 무슨 말이냐면 바탕 자체는 형식논리의 개념이며 대상이지만, 이를 의미내용으로 풀어보면 바탕은 내면이며 이면의 메타포며 표상으로 볼 수가 있다. 석불을 석불답게 해주는 것, 존재를 존재답게 해주는 것, 존재의 존재다움으로 오롯해지는 것은 감각적 실재가 아닌 관념적 표상이다. 석불은 감각적 실재지만, 돌 속에 숨어있는 부처는 관념적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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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장난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일이 아닌가. 부처를 부처답게 해주는 것, 경배의 대상이 되는 부처는 석불이 아닌 돌 속에 숨은 부처다. 부처는 돌 속에 숨어있다. 이처럼 돌 속에 숨어있는 부처를 어떻게 캐낼 것인가. 어떻게 캐내 부처를 오롯하게 할 것인가. 바탕재를 조성해 석불의 석불다움을 그림의 표면 위로 밀어 올리는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그저 바탕재를 조성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돌 속에 숨은 부처를 캐내고, 감각적 실재와 관념적 표상 사이에서 부처가 현현하게 한다. 이처럼 작가에게 바탕재는 그저 바탕재가 아니었고 형식논리가 아니었다. 부처의 질료였고 그 질료의 현현이었다. 부처의 내면이며 이면이었다. 관념의 표상이며 육질이었다. 관념적 육질? 관념의 육화? 대략 그런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다시, 부처는 돌 속에 숨어 있다. 이처럼 돌 속에 숨어 있는 부처를 어떻게 캐낼 것인가. 어떻게 캐내 부처를 오롯하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오롯해진 부처는 무슨 의미인가. 부처는 무엇인가. 부처는 진리다. 세계와 대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진리를 해명하는 하이데거의 논법이 도움이 되겠다. 대지의 본성은 은폐에 있고 세계의 본질은 비은폐에 있다. 대지는 진리를 은폐하고 있다. 진리를 진리답게 하는 것은 진리가 여전히 대지 속에 숨겨져 있을 때이며 대지에 의해 은폐되어져 있는 동안만이다. 그러나 이처럼 대지에 의해 은폐되어져 있기만 하다면 대지가 숨기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진리임을 알 수가 없다. 알 도리가 없다. 그래서 세계가 있다. 세계가 은폐된 진리를 비은폐로 드러냄으로써 진리는 비로소 진리로서 인식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드러난 진리며 인식된 진리는 진리이되 진리가 아니다. 진리의 개념이고 관념이며, 진리의 흔적이고 형해이다. 진리는 죽고 진리의 시체만 남는 것. 형이상학을 대하는 인식의 한계를 밝힌 것이며, 도가도비상도의 다른 한 버전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처럼 진리도 그렇고 도도 그렇고 하나같이 숨겨져 있다. 이렇듯 숨겨져 있음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그것이 다름 아닌 진리이며 도임을 어떻게 알 수가 있을 것인가. 어떻게 알게 할 수가 있을 것인가. 다시, 진리도 숨겨져 있고 도도 숨겨져 있고 부처도 숨겨져 있다. 어디 숨겨진 것이 이뿐이랴. 정작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모두 숨겨져 있다. 은폐를 그 본성으로 가진다는 말이다. 그렇게 은폐된 것이며 숨겨진 것 모두가 부처다. 루시앙 골드만은 신이 편재한다고 했다. 도처에 신이 있다는 말이다. 도처에 있다? 숨어 있지만 잘 보면 아무데서나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숨어 있으면서 도처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방법으로는 잘 보는 것 밖에 없다. 잘 보면 보인다. 잘 본다는 것은 또한 무슨 의미인가. 당연히 감각적 실재를 넘어선 심안을 통해서 보고 혜안을 통해서 보는 것이다. 당신 눈엔 그렇게 돌 속에 숨어있는, 더욱이 아무런 돌 속에 숨어 있는 부처가 보이는가.

숨어있는 것의 본성은 질문에 있지 답에 있지가 않다. 아님 개별성과 차이와 비동일성의 루트를 따라 흐르는 별만큼이나 많은 답들이 있다. 답들이 이미 있다. 이미 있다? 작가의 그림은 바로 이처럼 밑도 끝도 없는 답들의 흐름 속에 던져진 질문 앞에 서게 만든다. 답 속에 던져진 질문? 답이 있음에도 여전한 질문? 다시, 작가의 그림은 이렇듯 부처라는 질문 앞에, 아이러니를 그 본성으로 간직하고 있는 질문 앞에 서게 만든다.

정도와 경우의 차이가 있지만, 모든 그림은 자기의 반영이다. 임상진의 그림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런데 그림 속에 정작 작가는 없고 부처만 있다. 그러므로 부처가 작가고 작가가 부처다. 모든 사람은 부처라고 했다. 잠정적으로 그렇다는 말일 것이다. 누구든 부처의 심성을 잠재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심성을 일깨우고 못하고는 저마다의 문제이다. 그렇게 작가는 자신의 자화상인, 아님 잠정적이고 잠재적으로 자신의 자화상일 수도 있는 부처를 그린다. 그러므로 부처를 그린다는 것은 최소한 부처와의 닮은꼴을 그린다는 것이며, 부처와 닮고 싶다는 욕망을 그린다는 것이며, 끝끝내 부처와 닮은 자신을 그린다는 것이다. 부처와 닮은 자신? 바로 진아 곧 진정한 자기라는 실체다. 때로 풍경도 그리고 수더분한 막사발도 그리지만, 작가는 대개 그리고 시종 부처를 그린다. 그 일관된 관심이며 과정은 사실은 자기라는 진정한 실체를 향한 일편단심의 여로였고 과정이었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그림은 부처의 얼굴을 한 십우도의 다른 한 버전으로도 볼 수가 있겠다.

르네 마그리트는 담배 파이프 그림을 그려놓고 그 밑에 이것은 파이프다, 라고 써 넣었다. 그리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라고 써놓은 그림도 있다. 전자는 자기동일성의 논리(아님 실재와 이미지를 동일시하는 현상)를 말한 것이고, 후자는 논리를 뛰어넘는(아님 아예 논리 밖에 있는) 비동일성의 논리(아님 차이의 논리)를 말한 것이다. 전자는 그림의 지시적 의미를 말한 것이고(그림에 그려진 것은 파이프다), 후자는 그림과 실재와의 차이를 말한 것이다(그림은 그림일 뿐, 파이프가 아니다). 이처럼 그림은 파이프를 지시하기도 하고, 그림과 파이프의 차이를 강조하기도 한다. 무슨 말인가. 그림과 실재는 아무리 닮은꼴일 때조차 서로를 반영할 뿐 결코 서로에게 환원되지는 않는다. 당연히 그림과 실재는 다르다. 반영하면서 다르다. 이처럼 반영하면서 다른 꼴이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때의 착각은 그저 시각적인 착각인가, 아니면 보다 본질적인 층위에서의 인식론적 착각인가.

불교에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이 있다. 색이 공이고 공이 색이라는 말이다. 색을 색으로 공을 공으로 인식하는 것은 다만 마음이 불러일으킨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색은 색이 아니고 공은 공이 아니라는 말이다. 감각적 실재에 미혹되지 말라는 주문이며, 심안이며 혜안으로 감각적 실재를 돌파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당신이 보기에 작가의 화면은 부처로 보이는가, 작가로 보이는가, 아님 아예 그림으로 보이는가. 작가의 그림은 이런 자기반성적인 물음 앞에 서게 만든다.//고충환//
개인전 13 회

Group Exhibition
2015 Karlsure Art Fair (독일)
2014 Affordable Art Fair (무역센터 / 싱가포르)
Affordable Art Fair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re/ 홍콩)
2013 불교박람회(SETEC/서울)
Worlds Apart Fair(콘래드 호텔/싱가포르)
아시아컨템포러리(하얏트호텔/홍콩)
KIAF(코엑스/서림갤러리)
아트경주(경주실내체육관/경주)
아트쇼부산 2012(벡스코/부산)
홍콩컨템포러리(파크래인 호텔/홍콩)
KUNSTAR 2012 볼쟈노 비엔날레(이탈리아)
쾰른아트페어 (독일)
대구아트페어(EXCO/대구)
Seoul Open Art Fair(코엑스/서울)
뉴욕아트엑스포 (뉴욕)
구상미술대전 (예술의 전당/서울)
PICAF (부산국제아트페어/부산문화회관)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전남대 극동갤러리/여수)
신미술회 정기전(서울갤러리)
구상회화제(대구문화예술회관)
영남 구상의 진수전 (구상일번지/포스코갤러리)
소사벌국제 아트엑스포
Spring (The new contemporary art works Festival/예술의전당/서울)
구상회화제-아름다운 산하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한민국 원로-중견작가 100호전 (김천문화예술회관)
한국인물작가회전 (96-2000 서울갤러리)
부산-광주 미술전 (광주시립미술관)
한국구상미술의 흐름展 (갤러리나무/부산)

현) 한국미협, 부산미협회원, 신미술회

심사
부산미술대전, 행주미술대전, 대한민국회화대전,
나혜석미술대전 경기, 경향미술대전 심사위원
경기미술대전, 개천미술대전, 정수미술대전
나혜석, 신사임당 미술대전 운영위원
Solo Exhibition 13times

Group Exhibition
2015 Karlsure Art Fair / Germany
2014 KIAF (Korea International Art Fair / KOREA
Shanghai Contemporary)/ CHINA
AHAF (Asia Hotel Art Fair) / KOREA
BAMA 2014 (BEXCO) / KOREA
Affordable Art Fair Singapore / Singapore
SOAF 2014 (COEX/ Seoul)/ KOREA
Affordable Art Fair Hong Kong
Buddhism EXPO (STECT/ Seoul)/ KOREA
2013 BAMA 2013 (KNN ART HOLL)/ KOREA
KIAF (COEX/ Seoul)/ KOREA
ART GYOUNGJU 2013 (Gyeongju Culture Gymnasium)/ KOREA
ART SHOW BUSAN 2013 (BEXCO/ Busan)/ KOREA
HONG KONG CONTEMPORARY 2013
SOAF 2013 (COEX/ Seoul)/ KOREA
Buddhism EXPO (SETEC/Korea)
Affordable Art Fair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re/ H.K
Worlds Apart Fair(Conrad Centennial Hotel/ Singapore
2012 AISA CONTEMPORARY ART FAIR HONGKONG 2012/H.K
KIAF2012 (COEX/Seoul)/ KOREA
GYEONGJU 2012 (Gyeongju Culture Gymnasium/ KOREA
BAMA 2012 (CENTEM HOTEL/BUSAN)/ KOREA
ART SHOW BUSAN 2012(BEXCO/BUSAN)/ KOREA
HONG KONG CONTEMPORARY 2012
SOAF 2012(COEX/Seoul)/KOREA
KunStart 12 (Bolzano/ ITALY
2011 HANA LOVE Gold Club Gallery invitation
Seoul Open Art Fair2011 (COEX/Seoul)/ KOREA
Gallery Selim invitation exhibit (galleryselim/Busan) /KOREA
New York Art Expo /New York
The Essential Exhibition of Yeongnam Embodiment Art
Spring (The new contemporary art works Festival/Seoul)
Busan-Gwangju Art Exhibition
New Art regular Exhibition (Seoul gallery)/KOREA
Sosabul International Art Expo/KOREA
(Kimchen culture&art center)
2010 Yeosu International Art festival /KOREA
Flow of Korea embodiment painting Exhibition/Busan
2006 Embodiment painting Exhibition /KOREA
2000 Korean Association of figure Painting Astists
Regular exhibition(96-2000Seoul gallery)/KOREA
PICAF (Busan International Art fair/Busan center)/KOREA
Awards
Korea National Art Exhibition special prize has received 6 times(91-99)
Buil National Art Exhibition a prize (Busan newspaper/95)
Korea water painting contest exhibit first prize(the head prize)
Middle National Art Exhibition,
Mokou, Silla National Art Exhibition special selection
Major collection
MMCA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OCI Museum of Art / Busan Iibo
(major company of newspaper in Korea)
Hotel PRIMA in Seoul BOGAKSA (temple in Seoul) BUGOK ( Golf club)

– 장소 : 스페이스 나무
– 일시 : 2016. 5. 9 – 5. 26.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