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용展(해운대아트센터)_130201

구불구불한 선이 춤을 춘다. 파도도, 나무도, 논밭도, 건물도, 의자도…  어둠이 떨어진 해운대 바닷가에서 팔레트와 붓을 든 화가가 세상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춘다. 포구 앞 색색의 건물들이 마치 사람인 냥 한 놈은 화를 내고 또 한 놈은 웃고 또 한 놈은 오히려 포구 앞 풍경들을 감상하고 있다.

해운대아트센터에서 지난 2월 1일부터 전시하는 한재용 작가의 해학적인 그림은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건네주고 있다.

SONY DSC

한재용 작가는 부산의 곳곳을 그리기도 하지만 특히 광안리와 해운대를 주로 그린다. 작가는 늘 연필통과 메모지를 들고 다니면서 어느 곳에서나 그림을 그린다. 식당에서도, 전철에서도, 배를 타면서도 그림을 그린다. 그러한 그림들이 세월을 입어감에 따라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된다. 전시장 한 쪽 사각기둥의 양 사면에는 작가가 틈틈이 일상생활처럼 스케치한 그림들이 붙여져 있다. 자장면 배달을 갔다가 가정집 여자속옷을 훔친 실화를 그린 스케치 앞에서는 절로 웃음이 나온다.

한재용 작가는 전업작가는 아니다. 그렇다고 미대를 졸업한 것도 아니다. 30년이 훌쩍 넘도록 그림을 그렸지만 2006년도에 첫 개인전을 가졌다. 작가는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를 통해 개인전을 준비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그림들은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기록화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동안 그려왔던 작품들 하나하나 마다 사연과 추억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광안대교 공사 중 카페에서 바라본 광안다리 공사현장, 광복동 롯데백화점 건설 현장 앞의 포장마차, 포구 옆 낡은 건물 등 당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이다. 물론 이런 모습들은 사진에서도 볼 수 있겠지만 그와는 또 다른 느낌 아닌가? 당시 그 장소의 분위기와 정서는 그림을 통해서 더 진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해운대가 유명한 관광지고 갤러리가 많기도 하지만 제대로 해운대를 그린 화가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해운대를 많이 그리게 됐습니다. 그게 아마도 5~6년 전인 것 같습니다. 작업실도 근처로 옮겼고요. 제 작품의 그림 내용처럼 시간으로 지어진 그림들입니다”

작가의 그림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하루 종일 들어도 모자랄 것 같다. 현업 때문에 매일 갤러리를 지키고 있지는 못하지만, 아마 작가를 만나면 풍성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해운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이 전시는 2월 말까지 계속된다.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일시 : 2013. 2. 1 – 2. 28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