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종보展(미광화랑)_20161129

//작업노트//
판소리 명창 김소희 선생은 그 사람의 격에서 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사람의 격은 삶과 예술에 대한 자기성찰과 노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글을 읽거나 그림을 보면 작가의 격을 알 수가 있다. 그래서 그림 그리는 일이 힘든 것 같다.

내 그림의 출발점은 내 자신과 주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리네 삶에 대한 이야기와 풍경이 담긴 정경은 꽤 오랜 시간 동안 작업의 주제이기도 하다. 그것을 알기위해 부단히 나를 바라보거나 부지런히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곳을 찾아다니며, 그 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해왔다.

부산에서 시작된 여정은 제주, 강원, 남도지역 등으로 이어지고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풍경속에 녹아졌다. 풍경의 공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지만 그 공간에 대한 기억은 잊혀 지지 않고 그림 속에 남아있다.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삶의 이야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정경은 그동안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면서 보고 느끼며 담아낸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부산 청사포의 밤 바닷가에서 등불을 들고 고둥을 잡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어둠 같은 현실에서 희망을 찾고 발언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등불을 들고 길을 비추면서 걸어가거나, 찬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걸어가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서는 힘든 삶이지만 실망하지 않고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얼마 전 조그만 모임에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림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되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것은 삶에 대한 답을 말하기보다 질문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나의 생각과 삶에 대한 태도를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어느 문학상에 선정된 작가는 현실에 대해 성실한 대결을 한 글쓰기를 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들었다. 일 년 농사를 짓듯이 성실하게 그림을 그리는 일이 글 쓰는 일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내 자신과 주변의 삶에 대해 알기위해서 우리나라 곳곳을 계속 서성일 것 같다.//작업노트 중에서//

– 장소 : 미광화랑
– 일시 : 2016. 11. 29 –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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