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진展(김수정 아트스페이스)_20180301

백영재(미학박사)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기법과 실험적 정신으로 회화세계의 새로운 한 전형을 탐구해 왔던 강대진의 그리움의 시간 속으로라는 주제의식으로 오랜 세월 선조들의 삶이 겹겹이 쌓이고 베어든 조국산하의 낯익은 풍경들 그러나 분주한 일상 안에서 점차 잊혀지고 우리들의 기억에서도 삭제되어가고 있는 정경들을 아직 현존하고 있을 때 살려서 담아내려는 듯 작가의 발걸음은 지금도 깊은 오지 마을들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 산업화의 손때가 덜 묻은 경북 인근을 중심으로 강원도 내륙의 깊은 산골들과 지리산 자락까지를 다니면서 작가가가 포착하고 교감하고자 하는 것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원천으로서의 시간들이 축적된 흔적들이며 그러므로 이것은 작가에게 그리움의 시간으로 된다. 내용과 소재에 있어서 일관되는 전체적 맥락과 또 그것을 개개의 작품들 안에서 하나하나 풀어내는 미적 감수성 및 작가 정신과 마찬가지로 작품형식과 기법 면에 있어서도 이제는 강대진류라 해 볼만 한 양식적 일관성이 확립되고 있다. 작품들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특징은 추상화와 양식화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의 추상이란 한자에서 해석되듯이 이미지를 뽑아낸다는 뜻이며 양식화되는 경향과 맞물려서 실경에 대한 사실적 묘사보다는 작가의 감성에 포착되고 걸러진 것이란 의미에서의 추상화이다. 그리고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전체적으로 더 깊은 정적을 느끼게 한다는 것인데 현 색이라 할까 그늘진 산의 어둡고 깊은 공간감과 행인 한 사람 없는 길은 작품 세계의 적막함과 그윽함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모두가 외면하고 버려지고 잊혀져가고 있지만 그가 본 것은 아직도 거기에 깃들어있는 생명의 기운이고 조상들의 숨결이며 자연이 간직하고 있는 축복일 것이다. 붓놀림을 통한 묘사가 왠지 인위적이면서 가식적인 기교가 개입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대신에 나이프로 선이나 면을 나타내고 붓으로 뿌리는 등의 방법으로 오랜 시간 힘들여 작업하는 것은 색을 중첩시켜나가는 방법적 의도와 맞아떨어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결과에 대한 느낌이 판이하여 채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만일 우리가 그의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들 각자가 또한 같은 그리움의 시간들을 되살리거나 뭔가 공유되는 기억을 발견하게 된다면 부조처럼 두드리는 부분들을 포함하여 토분을 기본적으로 바탕에 까는 방식이라든가 위에서 언급된 표현기법들의 문제가 단지 조형상의 방법적인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모든 방법적 선택은 대상을 화면에 제대로 살려서 담아내고자 하는 예술의지의 귀결이며, 여기서 우리는 강대진의 회화세계가 애초부터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개인과 민족 단위 모두에게 관련되는 역사적 시간과 공간의 복원 또는 그것과의 교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백영재//

– 장소 : 김수정 아트스페이스
– 일시 : 2018. 3. 1. –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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