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展(국제갤러리 부산점)_20181214

//보도 자료문//
국제갤러리는 2018년 12월 14일부터 2019년 2월 17일까지 부산점에서 구본창의 개인전 ‘Koo Bohnchang’을 개최한다. 지난 2006년과 2011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두 차례의 개인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첫 전시 이후 대표작으로 부상한 ‘백자’ 연작 9점을 비롯해 새롭게 선보이는 ‘청화백자’ 연작 6점, 대형 ‘제기’ 등 총 19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의 첫 번째 기획전이기도 한 이번 ‘Koo Bohnchang’전은 제목 그대로, 지난 30여 년 동안 작가가 자신만의 통찰력과 감성 그리고 표현력으로 일구어온 독창적인 작품 세계의 주제 및 현 경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본창은 사진 매체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며, 국내에서 사진이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데 유의미한 역할을 해왔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진을 선택한 후 파격과 실험을 거듭하던 그는 자연을 향한 관조적 응시를 거쳐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이르게 된다. 그 중 2004년부터 진행하며 백자, 카메라, 작가의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준 ‘백자’ 연작은 우연과 필연으로 직조된 구본창의 예술여정 중에서도 그의 작업세계를 확장하고 심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백자’ 연작이 문화와 국경을 초월해 꾸준히 조명 받는 이유는 조선 백자라는 사물을 읽고, 보고, 경험하고, 기억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백자를 시각적으로 재현하거나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백자의 형태를 빌어 존재 자체를 담아내며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백자라는 일종의 유물에 상상이 개입할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백자의 이미지와 실체 간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다. 구본창의 백자는 박물관 조명 아래에서 현대인의 시각으로 포착된 것이 아니다. 예컨대 자연광에 놓인 백자를 바라보는 무명의 선인(先人)들의 시선일 수도, 백자의 궁극적 이상향을 꿈꾸는 어느 도예가의 시선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백자가 지닌 미의 본질을 정의할 뿐 아니라 막연히 알고만 있던 백자를 새로 발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상(백자)과 배경(공간) 사이 흐릿한 경계선, 몽환적인 핑크 톤의 부유하는 듯한 느낌, 평면적인 동시에 입체적인 효과, 시각과 촉각의 공감각적 이미지 등 ‘백자’ 연작의 형식적인 특징 역시 사실적, 기계적이라는 사진 매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백자가 자아내는 초현실적 경험의 출발점이자 결과물이다.

‘백자’ 연작이 순백자가 가진 여백, 비정형성, 불완전함의 아름다움 등을 조명한다면, 2014년에 작업한 이후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구본창의 ‘청화백자’ 연작은 당대의 기호, 욕망, 가치 등의 화두를 서정적으로 풀어내며 존재를 강조한다. 작가는 지난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푸른빛에 물들다’전을 계기로 조선 청화백자를 처음 인식했다. 청화백자는 궁중의 커다란 항아리 용준부터 주병이나 접시 같은 식기, 선비들이 애용한 문방구 소품에 이르기까지 ‘담는’ 역할과 감상의 대상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그러나 청화백자의 푸른색 안료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귀한 보석이었던 청금석과 유사한 고가의 수입품이었기 때문에 한때 왕실 이외에서는 사용이 금지되기도, 사신을 통해 몰래 들여오기도 했다. 압도적이고 정교한 중국 청화백자, 조형적이고 세밀한 일본 청화백자와는 달리 조선 청화백자가 청아하고 소박하며 간결한 이유는 유교의 영향뿐 아니라 귀한 안료를 아껴야 했던 현실에서도 영향 받았을 거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작가는 청화백자의 고유한 미감을 포착한다. ‘백자’ 연작과 마찬가지로 대상을 중시하되 주관적인 시선으로 담은 ‘청화백자’ 연작은 여백뿐 아니라 비움과 채움의 순환을 다룬다.

구본창은 ‘백자’와 ‘청화백자’ 연작을 통해 “모든 사진은 존재와 부재의 갈림길이다”라는 작가 자신의 말을 스스로 증명한다. 롤랑 바르트가 자신의 저서 ‘밝은 방’에서 “모든 사진은 현존의 증명서다”라고 말했듯, 사진 매체의 속성 자체가 존재의 증명인 동시에 부재의 증거다. 구본창이 다루는 백자, 청화백자 등의 유물은 현재에 존재하지만, 그의 뷰파인더를 통해 과거에 존재했을 대상을 상기, 유추하게 하며 필멸과 불멸에 관한 사유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존재와 부재, 채움과 비움 등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은 초기작인 ‘굿바이 파라다이스’(1993) 연작, ‘숨’(1995) 연작, ‘탈’(2002) 연작 등은 물론 ‘청화백자’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황금’ 연작에서도 공히 발견된다. 소유한 사람도, 그의 욕망도, 그가 살던 시대도 사라지고 유물만 남은 상황을 오롯이 담은 구본창의 사진은 ‘시간성’, ‘덧없음’ 등 그의 작업 내면에 맥맥이 흐르는 주제를 강조한다.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백자, 청화백자, 황금 등을 촬영하고 부재와 존재의 증거를 찾기 위한 작가의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자’와 ‘청화백자’ 연작뿐 아니라 ‘제기’, ‘청화병풍’ 등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제기’는 대상의 크기로 형태를 구조적으로 극대화한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전시로 이끈다. 다른 한편 조각 작품처럼 좌대 위에 설치된 ‘청화병풍’은 평소 오브제에 대한 구본창의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 전시장의 작품 사이사이에 읽히는, 사라져가는 애틋한 것에 대한 관심, 불완전한 대상에 대한 친근함,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읽어내는 삶의 통찰, 일상적 사물과의 고요한 교감의 순간 등은 이번 구본창의 개인전에 전제된 가장 기본적인 정서다.

“청화백자를 만나 관찰하고, 탐구하고, 상상하고 사진으로 담기까지의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행복한 여정이다. 백자의 앞, 뒤태를 살피고 도공의 손길을 감지하고 화공의 붓질 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것을 만든 이들과 시공을 초월하여 조우하게 된다. 그러면 서 그 시대 우리 민족의 상황과 삶의 태도를 읽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물은 그 시대의 언 어이지만, 지금 조선 청화백자를 눈앞에 두고서 현재의 언어로 다시 읽다 보니 오래된 것들의 힘에 절로 감복하게 된다.” – 구본창//보도 자료문//

– 장소 : 국제갤러리 부산점
– 일시 : 2018. 12. 14. – 2019.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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