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展(PROJECT B6)_20190415

//보도 자료문//
해운대부민병원 1층 Project B6에서는 설치작가 정혜련의 개인전(–1의 풍경 Landscape of –1)을 마련했다. 작가는 갤러리604의 추천으로 프랑스 아쉬 뒤 시에즈 L’H Du Siege에서 운영하는 그랑드 레지던스(Grande Residence)에 선정되어 프랑스 발랑시엔(Valenciennes)에서 4개월간 머물며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쉬 뒤 시에즈에서 가진 개인전 출품작을 기반으로 부산에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1의 풍경’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 존재하는 예술의 형태에 대한 하나의 질문이다. 작가의 관심사는 지역과 그것의 생김새,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삶에 주는 영향이다.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길, 지형의 모양, 구성원들의 삶과 역사, 문화의 흔적들을 공간 드로잉으로 작업해왔다.
전시 제목인 ‘–1의 풍경’은 삶을 수직선에서 비교한다면, 우리의 삶은 ‘0’이하의 ‘–1’로 시작되는 수직선상의 무수히 많은 점들로 점철된 수없이 많은 시간들로 이루고 있다. ‘-1’ 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택한 이유는 우리의 삶에 가시적으로 들어나지 않는 시간과 기억, 역사들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정혜련 작가는 2011년 일본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후쿠시마와 밀접한 이바라키현 북부지역에서 ‘Kenpoku art 2016’ 프로젝트에 참여 했던 적이 있다. 이바라키 현에 있는 “후쿠로다 폭포” 일본 3대 폭포중 하나로 손꼽힌다. 오랜 세월 쿠지 강의 물줄기 주위로 자연스레 삶의 터전이 형성되었지만 원전 사고 이후 마을에는 인구가 많이 줄었다.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한 프리마켓에서 관광객인 자신에게 “후쿠로다 폭포”에 관해 소개해주던 모녀를 만난 적이 있다. 그 모녀의 폭포에 대한 강한 자부심에 작가는 큰 영감을 받았다. 후쿠로다 폭포로 향하는 터널을 들어가면, 구불구불한 쿠지강의 흐름을 모티브로 색이 환상적으로 변화하는 색의 아크릴 구조물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터널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보행로이고, 1500만 년 전 해저화산의 폭발로 인해 생겨난 후쿠로다 폭포는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상과 같은 것이다. 숭배하는 것을 머리 위에 모시듯 작가가 만든 강줄기는 관람객이 다니면서 위로 시선을 향할 수 있게 터널 천장에 설치되었다.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라면 거의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환경과 기후, 만들어진 길, 지형의 모양, 구성원들의 삶과 역사 등은 서로 유기적 상관관계를 갖고 변하고 있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작가는 20년째 남짓한 시간 동안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에게 유기적이라는 말은 인간의 삶과 예술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 계속 확장해 나가는 것을 의미하고 그 형태는 필연적 아름다움을 지닌다. 작가는 새로운 재료와 물질을 탐닉하면서, 사람들과 예술의 중간 매개체의 역할을 함으로써 예술을 끊임없이 향유하고 싶어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발랑시엔에서 직접 구한 재료들로 작업한 공간 드로잉, 평면 구조물과 벽면 작업을 선보인다. 레지던시에 참여한 프랑스의 북부 지역인 발랑시엔은 탄광으로 이루어진 지형이다. 흙, 석탄 찌꺼기, 빨간 벽돌의 파우더, 광산에서 나온 찌꺼기인 쉬스트(schiste), 탄성이 뛰어난 나무가 발랑시엔에서 만난 주요 재료이다. 작가는 작은 알갱이인 쉬스트가 모여 거대한 인공의 산을 이룬 테릴(terril)을 오르면서 그들의 치열한 삶이 발끝을 타고 전율로 번지는 것을 느꼈다. 테릴의 정상은 검정의 테릴산과 상반된 하얀 자작나무 숲, 그리고 멀리 보이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인공 호수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의 삶과 지형이 연결되어 있음과 그 치열한 삶을 역설하듯 고요하고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리하여 오랜 세월이 흐른 겹겹이 쌓인 지층과 같은 쉬스트와 붉은 벽돌의 파우더로 이루어진 평면 구조물 작업이 탄생하였다. 또한 발랑시엔은 전통기법으로 제작되는 레이스 생산으로도 유명하다. 작가는 역사 지도를 사용하여 성이나 건물들의 아웃라인을 도려내어 발랑시엔의 옛날 길들로 레이스 모양을 구현해 냈다. 추상적 시간을 품은 대형 설치작품, 오랜 세월이 흐른 겹겹이 쌓인 지층과 같은 평면 구조물과 전시장 벽을 긁어낸 작업은 시간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전시에 사용된 재료들은 모두 시간을 담은 흥미로운 재료로써, 그것들을 결합하고 만들어가는 순간들은 마치 작가가 시간의 연금술사가 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로젝트 B6에서는 정혜련 작가의 ‘–1의 풍경’은 4월 15일부터 6월 5일까지 선보인다. 발랑시엔의 삶의 흔적들을 조합하여 또 하나의 유기적 형태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예술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바란다.//보도 자료문//

장소 : PROJECT B6
일시 : 2019. 4. 15. –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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