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권展(리빈 갤러리)_20190430

//작가 노트//
“묵(墨)에서 색(色)으로, 형(形)에서 무(無)로”

동양회화의 주된 중심축은 수묵과 채색으로 나뉘어져서 발전되어 왔다. 중세에 들어와서는 동북아시아의 예술관점이 문인화 중심의 수묵화가 유행하게 되었는데, 이는 결국 예술을 향유하고 행하는 문인들이 가지고 있던 ‘유도불(儒道佛)’의 사상을 통하여 정신세계를 펼쳐보였기 때문이다. 수묵화에 있어 기운생동의 개념 역시 문인들의 정신세계가 작품 속에 담기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표현 역시 서예의 필법을 통하여 나타났기 때문에 생성된 것으로 이는 수묵화가 중세 동양예술의 핵심 근간이 되어 오늘날 까지 그 영향력이 지대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나의 예술 역시 이와 같은 수묵화의 정신세계 표출을 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사군자 중심의 기본 필획과 포치의 연습으로부터 시작되어 실경산수와 현재의 추상작업에 이르기 까지 자연을 소재로 하는 흉중일기(胸中逸氣)로서의 표현을 중점으로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초기의 대표적 작품 경향이었던 나지막한 평야를 소재로 하는 일련의 수묵산수 작품들은 도시인의 적막감을 늦가을과 겨울이라는 계절감의 표현을 전통적 수묵의 미학을 통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나타낸 것이었다면, 최근 경남지방의 풍광을 소재로 하는 청록산수에서는 한려해상을 중심으로 하는 청량한 느낌으로서의 봄, 여름의 계절감을 나타냄으로써 자연의 풍광을 사계의 계절감에 맞게 다양한 표현을 해보았다.

특히 2016년도의 ‘산수 –자연의 색(色)을 입다’라는 전시명제로 열렸던 개인전은 이와 같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계절적 특성을 한 번에 엮어 본 것으로 자연이 가지고 있는 계절적 특성을 다양하게 표현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경험은 그동안 사계의 자연적 특성을 몸소 체험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사실적 형상으로 나타내고자 했던 실경적 측면으로서의 수묵미학에서 벗어나, 각각의 계절에서 느껴보았던 감성을 촉각 및 시각 등 다양한 시지각적 특성으로 추상적인 표현을 가미함으로써 형상에서 비형상으로서의 조형적 태도를 견지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와 같은 예술적 지향목표의 변화는 결국 구상에서 추상으로서의 형식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데, 이는 눈에서 마음으로 그리게 되는 조형적 자유를 갖게 만들었다.

이처럼 ‘묵(墨)에서 색(色)으로’, ‘형(形)에서 무(無)’로의 조형적 변화는 단순한 실험적 태도로써 나온 것이 아닌, 그동안 느껴왔던 자연의 변화 속에서 얻어진 내면의 감화가 회화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결국 형식보다는 내용적 측면의 변화를 통하여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작업에서는 이와 같은 자연에 담겨져 있는 에너지를 더욱 함축적으로 담아내기 위하여 필묵과 채색이 갖는 응축된 힘의 표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결국 필선과 묵법을 근간으로 하는 함축적 조형방법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금번 전시는 본인 작품에 있어 일획 속에 우주를 담아내었던 문인화가들의 조형관점을 현대적으로 치환함으로써 새로운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작가 노트//

장소 : 리빈 갤러리
일시 : 2019. 4. 30. –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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