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展(갤러리 아트숲)_20190604

강민석 작가를 위한 글 – 몽상에 취한 사유

김종원(예술문화연구원 대표)

조용한 전시장에 앉아 작가의 작품 앞에서 글을 쓴다.
제법 괜찮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여유를 부려본다.

강민석 작가의 그림을 이른 시간에 와서 천천히 둘러본다. 지워지는 형상들 겹쳐지는 선의 움직임들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작품 앞에서 몽상에 빠져든다.

마라톤을 뛰고 있는 강민석 작가가 보인다.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오롯이 앞만 보인다. 아니 먼저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만 보인다.

사람들의 숨소리, 달리는 바람 소리, 그 사이로 땀이 흐른다. 중간지점이었을까 숨이 턱까지 차오름을 느낀다.
거리를 지나갔고, 지나가는 중이고, 또 지나갈 그가 보인다. 끝없는 반복을 계속한다. 죽을 것 같은 힘듦도 잠시, 어느 순간 먼저 가는 사람들도 거친 숨소리도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철저한 작가 내면에서 작가와의 싸움이다. 정체를 알지 못한 생성되는 무엇이 느껴진다. 힘이다. 시간이 지나며 힘의 의지가 느껴진다. 그리고 생성된다.

또 다른 몽상이 시작된다.

달리는 자동차가 보인다. 몰아치는 속도감에 심한 떨림이 느껴진다. 잠시라도 뒤를 돌아보면 큰 사고로 이어질 두려움이 앞서 앞만 보고 달린다. 엔진의 강한 힘 그 떨림 사이로 차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풍경들이 흩어진다. 풍경은 사라지고 강렬한 섬광들이 지나간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달리는 열기에 그리고 드라이버의 열정에 또 다른 무언가가 탄생한다. 힘이다. 눈으로 지각할 수 없는 생성의 힘..

다시 아무도 없는 전시장에서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여유는 오간데 없고 무엇인가 가득 채운 생성의 힘을 느낀다. 힘의 의지가 느껴진다.
하나하나 전개되는 강민석 작가 존재들의 운동은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준다. 그 새로운 존재의 생성에는 시작점도 끝이 있는 목적도 없는 무한한 반복이 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작품을 지속했다. 매일같이 분출되는 겹쳐진 시간성은 강민석 작가만의 내제성이자 비 표상적 이해로 다가온다. 마라톤을 통해 얻은 경험으로 체득한 그의 힘에 관한 의지는 언제나 다가올 현재의 생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생성이야말로 영원한 창조의 과정이다.

작가의 작품을 직접 앞에 두고 글을 쓰는 것이 로망이었는데 꿈을 이루게 해준 강민석 작가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한다. 다만 분위기에 취해 즉흥적으로 나온 글이라 진중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까 두렵기도 하다. 내 오랜 동료이자 벗인 강민석 작가에게 부족하지만 이글을 바친다.//김종원//

장소 : 갤러리 아트숲
일시 : 2019. 6. 4. –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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