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展(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_20190725

욕망의 시대

김성철(Kim Sungchul)

인간은 욕망 그 자체이며, 내면 깊은 곳에선 항상 욕망이 꿈틀거린다. 욕망이 없다면 인간은 시체나 다름이 없다. 욕망을 지배하는 이성이 없다면 세상은 혼돈 속에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항상 이성이 욕망을 제어하지는 못한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깡이 말했다. 욕망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작동하며, 우리는 그 관계 속에서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자신의 모습이 아닌 거짓된 모습으로 욕망을 꿈꾸고, 자신의 욕망이 억제되거나 표출되지 못할 때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끝이 없이 꿈틀대며 제어되지 못한 잘못된 욕망은 때론 타인에게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와 고통을 준다. 우리는 그런 부분들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 속에서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변해가고 타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으며,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생각할 정도로 참혹하고 끔찍한 일들이 대중매체를 통해서 이야기되고 있다. 그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되물어본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욕망의 시대’이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면 무수한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욕망은 나날이 거대해져 가고 있다. 그것이 인간의 삶에 유용한 점도 있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단점들도 많다. 개인의 왜곡된 욕망은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기존체계를 파괴하고, 시기와 질투를 조장하며 도덕적 감각마저 무디게 만든다. 거짓이 다른 거짓을 낳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들이 시대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수없이 전달되는 정보들은 머리에 채 저장될 여유도 없이 빠르게 스쳐 간다. 자신의 욕망에 대해 성찰할 기회조차 없게 만든다. 그 결과 공허함과 불안감이 거대한 쓰나미처럼 우리에게 밀려온다. 지나친 욕망으로 인해서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피폐하게 만들고, 불안 속에서 자신의 참모습을 잃어간다.

나는 비가시적인 욕망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나름대로 해석해서 작품을 제작하였다. 작품에 등장하는 형상들은 신체가 왜곡되어 있거나 개체가 변형,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표현방식을 통해서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과 현실에서 남의 눈을 의식해 자신의 참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외형만 그럴싸하게 꾸며진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신의 삐뚤어진 욕망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고 살아가지 않는지 한번 돌아봤으면 하는 생각이다.//김성철//

장소 : 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일시 : 2019. 7. 25. –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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