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틀스 마니아展(롯데갤러리 광복점)_120808

사춘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즐거웠던 기억보다는 그 반대의 기억이 더 떠오른다. 구체적으로 무엇무엇 때문이라기보다는 전체가 그냥 우울했던 것 같다. 그나마 유일한 탈출구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고모집 다락방이었다. 당시 우리 가족은 고모 집에 함께 살았는데, 앉으면 머리가 천장에 닿았던 좁은 다락방은 나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도피처였다. 그 곳에서 난 매일같이 비틀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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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는 나보다 선배 세대의 ‘자유의 아이콘’이었다. 나는 나이 차가 좀 있는 형을 통해 그런 노래를 일찍 접했다. 다락방에서 보이는 저 멀리 허름한 집들과 회색빛 슬라브 지붕들… 현실이 밝지 못한데 그런 풍경들이 아름답게 만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호기심도 많던 시기였다. 종이를 찢어 돌돌 말아 불을 붙여 연기를 뿜어 봤다. 담배 맛 보다는 연기를 입에 넣으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던가보다. 매번 밥상엔 정구지(부추)가 지겹도록 올라왔다. 그날도 밥에 정구지와 고추장을 넣고 비볐다. 밥상머리에서 아버님의 잔소리가 이어진다. 난 불만의 표시로 밥을 입에 꾸역꾸역 밀어 넣고 다락방으로 올라 가 버린다. 비틀스 음악을 틀고 ‘Penny Lane’의 마지막 부분을 ‘페니 레인!’하고 크게 따라 부른다.
까까머리 중학생의 사춘기 시절의 한 단편이다.

광복동 롯데백화점 10층에 있는 롯데갤러리에서 ‘한국의 비틀스 마니아展’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에는 비틀스와 관련된 음반이나 사진, 잡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비틀스를 소재로 한 작가들의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특히 김훈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얼마 전 끝난 런던올림픽의 개막식과 폐막식에 등장한 비틀스를 보며 어린 시절 느꼈던 비틀스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폐막식장과 그 영상을 보는 전 세계인들이 비틀스의 추억을 공유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롯데갤러리 광복점에서 전시하고 있는 비틀스 마니아 전시에서 과거 어디선가 본 듯한 앨범 재킷이나 소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잠시나마 그 때를 생각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 장소 : 롯데갤러리 광복점
– 일시 : 2012. 8. 8 – 9. 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ab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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