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근섭展(달리미술관)_20200106

//작가 노트//

The Pathos of Journey

“너무 멀리 찾기 보다는 주위를 바라보고 나를 바라보자”

그림이 힘들어지기 시작할 무렵 나에게 떨어진 ‘메시지’였다.
붓을 내려놓고 눈을 감으니 떠오르는 건 노란하늘로 둘러싸인 바람 부는 낮은 산 이었다.
스스로 이발소 그림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햇님도 그리고 달님도 그리고 꽃도 그리고 풀을 그리고 노란 하늘을 그렸다.
엄마가 부르면 밥 먹으러 달려 갈수 있는 작은 길도 그렸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힘들게 형이상학적 像을 쥐어 짜내다가 비로소 스스로 행복한 그림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시선은 청춘을 보내던 부둣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부산 사내들은 부둣가의 술집을 꽤나 들락거린다.
말하자면 아지터이다.
거기에서 젊은 날의 포부를 한잔 소주로 외치고..
거기에서 쓰운 소주 한잔으로 슬픔과 기쁨과 희망을 함께 했다.
무엇보다도 추억을 같이 했다.

고리타분 하다고 생각했던 부둣가를 다시 그려보고 싶었다.

부둣가 허름한 여인숙을 한 달 간 빌려 선원들과 어울려 밤새 술을 먹기도 하고 또 밤새 그곳의 정서를 그렸다.

그곳은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곳이다.
배를 타는 사람들이나 선창가 술집에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이나
노점에서 곰장어를 구워먹는 사람들이나
밤새 망개떡을 팔러 다니는 사람이나…..
호객하는 사람들이나….

그리고 대단히 분주한 곳이다.
분주한 부둣가는 역설적이게도 차분하게 페이소스를 풍긴다.
그것은 여로(旅路)의 페이소스 인가…

때론 먼 바다를 바라본다.
묘박지(錨泊地)의 배(漁船)들은 또,
제각각 얼마나 많은 사연들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움, 외로움, 슬픔, 즐거움….그리고 희망..

한참을 바라보다 하늘을 바라본다.
이를 어쩌나…
하늘과 바다 빛이 온통 노랗다.//작가 노트//

장소 : 달리미술관
일시 : 2020. 01. 06. – 01. 31.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