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안 갤러리 개관展(아리안 갤러리)_20210612

아름다운 도전, 아리안갤러리 개관의 의미

글_김윤섭(아이프 미술경영연구소 대표, 미술사 박사)

최근 미술계에 큰 활기가 돌고 있습니다. 미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특히 얼마 전의 ‘이건희컬렉션 기증’은 너무나 기분 좋은 충격이자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운이 닿아 이건희컬렉션 감정과정에 참여했었습니다. 정말로 대단했습니다. 작품의 수량 못지않게 작품의 질적 수준에 더욱 놀랐습니다. 말 그대로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상 깊은 명품 컬렉션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림에 국적이나 국경이 어디 있겠습니까! 고양이가 집사를 선택하듯, 소장된 장소에서 미술품 스스로 관리자를 결정하는 지도 모릅니다. 그 작품들을 우리 눈앞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번 세대로서의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미술품은 미술가 개인이 만들어낸 창작품이지만, 수혜자는 불특정 다수의 우리 자신들이며 후손들입니다. 한 명의 예술가가 얼마나 크나 큰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사례들이 넘칩니다. 어쩌면 우리 동시대에 얼마나 훌륭한 예술가들과 함께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선 그런 창작의 주인공에 대한 관심과 예우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나라 미술문화 향유의 환경은 더욱 열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계의 건강한 생태계와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가기위한 1차시장의 활성화가 급선무입니다.

미술가에게 화랑은 자양분을 공급하고, 기초 성장을 책임지는 인큐베이터나 다름없습니다. 역량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저평가된 기성작가에게 새로운 용기와 동기부여를 제공하며, 더욱 확장된 활동을 위한 대내외적인 매니지먼트의 책임까지 다하는 곳이 바로 화랑입니다. 그만큼 본연의 제 역할에 충실한 화랑이 주변에 있다면 그 또한 행운입니다. 파울로 코엘료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화랑과의 만남을 통해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선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좋은 미술가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서울권에 너무나 편중되어 있습니다. 서울ㆍ경기권과 전국의 광역시 단위를 비교한다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격차는 극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 수영구에 새롭게 개관하는 ‘아리안(ARIAN)갤러리’의 출발은 아주 남다른 의미로 여겨집니다. 마침 갤러리 이름에 사용된 영문단어 ‘arian’에는 ‘~을 수행하는 (사람)’의 뜻도 담겨있어 더욱 인상이 깊습니다. 아리안갤러리의 최정경 대표 역시 “역량을 갖춘 작가들이 서로 협심하여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는 교두보가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합니다. 작가의 역량은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아무리 부지런한 농부라도 제 힘만으로 성공적인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이치와 같습니다. 주변의 환경적 요소가 서로 합이 맞아야 합니다. 미술가가 훌륭한 씨앗이라면, 새롭게 출발하는 ‘아리안갤러리’는 양질의 영양분이 듬뿍 담긴 텃밭인 셈입니다. 씨앗이 원활하게 자라게 할 환경 만들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번 아리안갤러리 개관전의 초대작가는 강민석, 곽순곤, 권주안, 김수수, 김운규, 김태인, 도태근, 박성수, 서은경, 심이성, 이건희, 이동순, 이인우, 임형준 등 모두 14명입니다. 동양화(한국화), 서양화, 조각, 드로잉, 구상과 추상 등 다양한 장르는 물론 여러 기법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안배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작가의 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 거점의 작가를 시작으로 서울과 경기를 넘어 전국적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20대부터 60대까지의 남녀 작가들이 한데 어우러졌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소중한 만남입니다.

코비드 사태의 여파로 전시 관람이 예전처럼 활발하진 못합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전시가 생명인 갤러리 입장에선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생동감 넘치고 깊이와 통찰력을 지닌 작품들은 이번 개관전의 꽃이자, 선물입니다. 일상의 삶속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들을 작품으로 대변하며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행복한 아름다움을 만나는 14개 비법’을 소개하는 전시와도 같습니다. 어떤 성격의 관람객이라도 자신의 기호에 맞는 안성맞춤의 작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시 한 번 더 부산 수영구의 새로운 문화명소로 자리 잡게 될 ‘아리아(ARIAN)갤러리’ 개관을 축하드립니다.//김윤섭//

  • 참여 작가 : 강민석, 곽순곤, 권주안, 김수수, 김운규, 김태인, 도태근, 박성수, 서은경, 심이성, 이건희, 이동순, 이인우, 임형준

장소 : 아리안 갤러리
일시 : 2021. 06. 12. – 07. 04.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