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展(미광화랑)_20220805

//작가 노트//
빛나지 않아도

거리의 불빛들이 하나씩 꺼지다가 지금은 사위가 어둑해졌어요. 하루 중 가장 어두운 시간이예요. 저도 작업실 불을 끄고 가로등 불빛 옆에서 이 글을 쓰고 있어요.
편지 마지막에 왜 계속 “빛나길,”을 쓰냐고 물어왔던 것이 문득 떠올랐어요. 그때는 왜 저런걸 묻지 하면서, 빛나는 사람은 멋지기도 하고 빛나는 것들은 마음을 환하게 해주니까 좋지않냐고 반문했었던 것 같아요. 빛나서 나쁠게 있냐면서요. 그런데 빛나는 것들이 희미해지다 끝내 그 빛을 다하는 것을 본 것 같아요. 어떤 것은 빠르게, 어떤 것은 더 빠르게요. 좀 서글퍼졌어요. 스러지는 것들은 서글프기 마련이잖아요.
영원히 빛날 수는 없을까요? 그렇게 물으면 뭐라고 답할지 생각해봤어요. 내가 아는 그런 사람이 맞다면 얼마간의 침묵 끝에 그 빛은 퇴색되는 것이 아니고 질량이 보존되듯이 지금 여기가 아닌 곳에 스며 계속 남아있다고, 보이지 않을 뿐이지 모양을 달리해서 존재하고 있다고, 결코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그래서 그것을 알아차리고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말할 것 같아요. 사실,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언제가 그 말을 듣는다면 조금은 위로가 될 것 같아요.

뜨거운 사람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총총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여요. 라디오에서는 비올라로 연주된 ‘거울 속의 거울’이 나오고 있어요. 느리게, 도미솔 도미솔, 음이 단순해서 악기 소리가 잘 들리네요.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소리, 무슨 감정인지 모를 소리, 적당한 온도의 소리. 음악에 잠시 머무는 동안 이런 말들이 떠올랐어요.
멍하니 뭔가 보고 있으면 상념이 들잖아요.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날이면 제가 너무 뜨거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특히 바깥에 늘어선 헐벗은 플라타너스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요. 눈이 쌓여가는 앙상한 뼈들을 한참 보고 있었어요. 저 나무는 보송한 눈송이도 녹이지 못할 온도로도 살아있구나, 뜨겁지 않아도 사는구나, 하면서요. 따뜻한 공간에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냥 그랬다고 쓰고 싶었어요.//김성진//

장소 : 미광화랑
일시 : 2022. 08. 05 – 0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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