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헌展(아리안 갤러리)_20230215

//전시 소개//
기후 위기라고 했다. 인간세라고도 했다. 이런 전 지구적 차원의 총체적인 위기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 여럿 있지만, 그중 결정적인 경우로 치자면 석유를 이용한 발명이다. 그중에서도 플라스틱의 발명과 이에 따른 일회용품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들 수 있다.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서 인류로 하여금 전에 없던 문명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했지만, 플라스틱 소재의 폐기물은 섞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다. 최근 재생 기술이 시도되고는 있지만, 신제품 생산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드는 관계로 계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썩어서 없어지려면 너무 오래 걸려서 사실상 반영구적이라고 봐야 한다. 플라스틱 소재를 통해 본 생활 혁명의 명과 암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Covid-19로 인한 항공기 결항은 하늘의 미세먼지를 절감시켜 푸르고, 높고, 맑은 하늘, 밤의 하늘에 수많은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석유의 사용은 인간의 생활에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선사했지만 한편으로 토양오염, 수질오염, 대지오염, 해양오염 등, 전 지구 파괴를 가지고 왔으며 지구 시스템은 이런 생태 위기를 정화하고 환경에 진화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런 예는 최근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은 불의 고리이지만 석유시추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였고, Covid-19는 지구가 자신을 지키기 한 몸부림으로 오염의 근원인 인간을 감소시키기 위한 행위라 볼 수 있다.

작가는 바로 이런 사안에 착안해 관련 작품을 만드는데, 작가의 작업에서 인상적인 것은 이처럼 작품을 매개로 한 환경파괴에 대한 선언적인 경고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자기의 이상을 실천하고 있는 점이다. 생활 현장에서 플라스틱 소재의 폐기물을 직접 수거해 재생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일종의 작은 공장을 가동한다고 해야 할까. 플라스틱 소재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세척하고, 색깔별로 분류하고, 분쇄기를 통해 자잘한 알갱이로 분쇄하고, 열처리 과정을 통해 녹여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일종의 또 다른 차원의 원료를 만든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재생을 위한 원료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리고 그 원료를 소재로 일종의 플라스틱 숲을 조성한다. 플라스틱 숲? 플라스틱을 원료로 만든 숲이다. 긴 관 형태의 열처리기가 비정형의 구불구불한 막대 형태를 뱉어내는데, 그 형태가 제법 옹이도 있고 굴곡진 나무 같다. 그러면 작가는 공간에다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한 것이다. 그렇게 조성된 숲은 비록 숲을 흉내 낸 것이지만, 알고 보면 플라스틱 숲이고 인공 숲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플라스틱 쓰레기를 애써 재생원료로까지 만드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이런 나무며 인공 숲을 조성한 것인가. 여기에는 무슨 의미심장한 의미라도 있는 것인가. 여기에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자본의 무분별한 욕망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질 들뢰즈는 제도의 본질(혹은 본성)을 역으로 이용해 제도를 내파하는 방법으로 욕망의 사용법을 제안한다.

그리고 여기에 oo되기와 oo인 척하기 철학이 부수된다. 자본의 욕망을 인정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자본의 허구를 폭로하는 것이다. 전 지구를 뒤덮고 있는 플라스틱 용품은 말할 것도 없이 자본의 욕망을, 그 무분별한 욕망의 승리를 표상한다. 작가는 그 표상을 이용해 자연을 조성하고 숲을 일구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의미다. 중요한 것은 표면이 그 이면에 또 다른 의미, 결정적인 의미를 숨겨놓고 있는데 그렇게 조성된 숲이 알고 보면 플라스틱 숲이고, 인공 숲이고, 쓰레기 숲이라는 사실이다. 작가가 조성해 놓은 인공 숲은 말하자면 자본의 무분별한 욕망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침묵으로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자본주의의 욕망에 기업과 정부의 유착이 생태 문제의 해결을 막고 있으며, 법적 규제를 기다리는 것 보다, 개개인의 실천이 더 빠른 개선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작가는 대안적 방안으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의자와 테이블 가구를 같이 제시하였다. 아마도 앞으로도 또 다른 재생 용품이 생산될 것이다. 그 자체 실용적인 측면에서보다는 실천적인 제스처로 보면 좋을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작업에선 형식실험을 매개로 조각을 확장하는 특수성이 있고, 그리고 여기에 환경오염을 고민하는 실천성이 한 몸을 이루는 것에 미덕이 있다.//아리안 갤러리//

장소 : 아리안 갤러리
일시 : 2023. 02. 15. – 0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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