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용展(갤러리 조이)_20230311

//전시 소개//
아이스크림을 머리에 이고, 들고, 굴리며 놀고 있는 천진한 아기곰들은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변대용의 조각은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마력이 있다. 그는 멸종 위기에 있는 북극곰을 통해 위기에 처한 자연과 점점 설자리를 잃어 가는 현대인의 서글픈 이야기를 아름다운 동화처럼 풀어낸다. 그가 이야기하는, 빙하가 점점 사라져가는 환경에 처한 북극곰들의 상황이 어찌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이 처한 상황과 그다지 달라 보이지는 않는듯하다. 그런 곰들에게 그는 위로와 위안 그리고 안식을 주고자 한다. 북극이 고향인 곰에게 고향의 음식과도 같은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위로의 선물로 건네는 그 기발한 발상과 상상력이 너무나 애틋하고 애잔하지 않은가. 그 달달한 아이스크림에 아기곰들은 마냥 행복해하고, 이런 사랑스러운 자식들을 위해 엄마 곰은 아이스크림 나무를 심는다.

작가에게 있어 백곰은, 이 시대의 모든 지구인들에게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비판적이지 않고 우화스럽게 정곡을 찔러 이야기하는 주체의식이 스며있는 매개체인 것이다. 생명력 충만한 곰의 의인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투영하며, 부드럽고 풍만한 형태를 빌려 포용적이고 따스한 온기와 정감을 형상화한 것이다.

어린 시절 화가가 되는 것이 유일한 꿈이었던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 돌조각을 접하게 되면서 조각에 매료되었다. 지극히 전통적인 방법의 그의 작업은 흙을 빚어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석고를 발라 틀을 만든 다음, 그 틀에 특수 플라스틱 재료를 바르고, 굳으면 석고 틀을 깨어 플라스틱 원형을 얻는다. 여기서부터 미세한 땀구멍도 허락하지 않는 시간과의 사투인 쉼 없는 연마의 과정을 거쳐야만 도장작업을 했을 때 도자기와도 같은 매끈한 질감을 얻을 수 있다. 풍부한 양감의 사랑스러운 백곰은 이러한 시간이 축적된 땀의 결실로 탄생 된 것이다. 또한, 근래 신작인 부조 작업은 배경과 컬러가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회화적인 맛이 첨부되었는데 이는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화가에 대한 갈증이 녹아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직접 씨를 뿌려 식물을 키우며, 새순이 올라오는 생명의 신비로운 광경을 ‘식물을 키우는 백곰’으로 표현하여 서로 반려하고 의지하는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마치 작가 자신의 일상과도 닮아있다. 언제나 긍정적인 소재로 호기심 가득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그의 이번 신작 주제는 Slow Life이다. 힘들게 앞만 보고 달려온 지치고 힘든 우리의 심신에 달빛 속의 산책과도 같은 쉼의 시간을 주고자 한다. 그에게 있어 백곰은 곧 우리들 자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담고 있는 내용도 최소한 단순함을 추구하고, 형태의 선도 간결해진 느낌이다.

변대용의 ‘달빛 산책’을 기획하며, 그의 삶의 시간과 감정이 녹아있는 작품들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잠시나마 자신에게 휴식을 주는, 힐링(healing)이 되고 리프레시(refresh) 되는 Slow Life를 즐기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갤러리조이 대표 최영미//

장소 : 갤러리 조이
일시 : 2023. 03. 11. – 0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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