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길展(부산진구청 백양홀)_20230427

//평론//
이영길의 그림은 평범한 풍경화다. 그럼에도 그만의 자연경(自然景)은 흔하지 않은 시야에 포착된다. 소위 산과 들, 꽃과 나무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에서 사람들은 서정적 정서로 고정하려는 습속이 있다. 삶의 흔적이나 사람이라도 등장하면 목가적(牧歌的), 전원적(田園的)이라고 부른다. 이영길의 눈에는 관념으로 목격한 전원 풍경도 목가적 풍경도 아니다. 그의 풍경은 그저 자연경이다. 그가 그린 꽃그림은 마치 자연 도감을 보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관념으로 점철되어 있다거나 작가의 주관적 개성이 보인다거나 강한 표현성이 드러나는 것은 없다. 이것이 우리가 부르는 풍경과 다른 어떤 것이다.

이영길의 풍경 속에는 어떤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때때로 보이는 가옥들과 그 군집이 이루는 마을은 확연한 경험으로 인지되는 풍경 요소라기에는 존재감이 희박하다. 그런 이유에서인가? 그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고즈넉이 바라볼 아름다운 자연을 기대했다가 이내 냉랭한 적막감과 고독감이 맞닥뜨려야 한다. 이 경험이야말로 가라카데 코오진이 말한 ‘바깥’을 보지 않는 자에 의해 발견된 풍경이다. 게다가 대상을 통해 이내 모순과 고독의 증상으로 드러나는 ‘나’의 발견이기도 한 것이 아닐까?

이영길은 종이 위에 파스텔로 풍경을 그린다. 파스텔은 혼색이 잘 안되는 물성 특징 때문에 눈에 보이는, 또는 연출하고자 하는 모든 색을 일일이 적용해야 한다. 특히 그는 파스텔을 종이에 찍듯이 고착시키는데 풍부한 색을 얻기 위해서 수많은 색을 바꿔야 하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러한 기능은 때론 인상주의의 점묘적인 효과와도 유사한 표현을 가능케 하지만 그는 풍경에 등장하는 소재 대상들을 충실히 조형해 간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매개는 물이나 기름에 반응하는 물감들이 붓의 유연함에 따라가는 효과와는 다르다.

파스텔이라는 매체를 통한 충실한 사생, 끊임없는 그리기의 반복, 이어지는 자연경과의 사투로써의 다작(多作) 행위는 분명 독특한 시각을 출현하게 하는데 일정 원인을 제공했으리라 본다. 작가 이영길의 눈을 통해 보는 ‘낯선 풍경’의 감상이 지속되길 바란다. 더욱이 그의 작품이 그저 ‘파스텔 풍경화‘라는 이름으로 고착되는 것은 위험하다. 여전히 무엇이라 부를 수 없는, 지금 그대로의 컨디션으로 보존되기를 바란다.//김영준 부산현대미술관 큐레이터 평론 중 발췌//

장소 : 부산진구청 백양홀
일시 : 2023. 04. 27. –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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