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정展(갤러리 두)_20230905

//작가노트//
한겨울 추위가 주춤해지면 지구는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기적처럼 여린 싹들이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미는가 싶더니 온통 꽃잔치가 펼쳐진다.
꽃은 비가 되어 떨어지고 지구는 온통 초록으로 가득해진다.
이토록 매순간 인간은 자연에 지배되며 살고있는 것 같다.
하지만 보는 자와 보이는 것들의 진정한 교감이 없으면 이 모든 것들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에 불과하다.

내가 그들을 오래도록 깊숙하게 바라볼 때 비로소 그들과 호흡하고
진정한 교감을 얻게 된다.
말라 비틀어진 잎 사이를 뚫고 올라오는 수국의 여린 새싹
언제 제초제로 제거당할지 모를 개망초, 지칭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만개한 목련
이른 아침 이슬 맺힌 맨드라미
5월의 성긴 등나무 그늘
수 많은 주름들로 가득 찬 호박꽃
진정하게 보는 자라면 그 내밀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 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선으로 사물을 묘사함으로 현실적인 구체성을 거부하고 현실적 위계가 없는 화면은 정신적인 표현을 하기에 그만큼 자유롭다. 사실적인 묘사는 통상적 인상을 극복하기 힘들다. 나의 의도는 상투적인 이해나 제시가 아니라 잡초, 풀, 꽃들이 가지고 있는 은유적 표현이다. 추상에 빠지지 않고 구상에도 적절하게 거리를 가지면서 나만의 화면을 얻어낸다. 현실적으로 손으로 만져지는 식물이 아니라 이념적이고 개념적인 생명체라는 관념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남수정//

장소 : 갤러리 두
일시 : 2023. 09. 05. – 0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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