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석展(금련산역 갤러리)_20231003

//작가 노트//
우리 모두는 자기작업에 대해서 반문하게 된다. 들이마시고, 토해내고 이 작업들을 왜 지속하고 있는지. 뚜렷한 이유도 의식도 허공 속에 묶어두고 삶은 불투명한 채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묻혀 허우적대는 내 자신의 모든 것들에 괴로워했던 대학시절 유화를 계속 했다면 미쳐버렸을 나에게 판화는노동과 정직, 절제로 다가와 나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페르소나는 내 작품의 주된 명제이다.

판화작업에 몰두하다 왜 이 작업을 하고있는지 뚜렷한 이유도 의식도 불투명한채 시간 속에 묻히는 번뇌의 결과이기도 한다.

신표현주의를 좋아하는 나는 인간, 동물, 새를 소재로 한 주술적 의식 행위, 내 가슴속에 묻은 어두움을 호탕한 성격의 일부와 들끓는 에너지를 한스 호프만, 잭슨 폴로, 프란치클라임처럼 몸부림 치듯 그린다, 뿌린다, 그리고 빗질을 순식간 목판 위에 드로잉한 뒤 흰 색 물감으로 수정한다. 세잔은 색채로서 형상을 만들고 한스 아르통은 다이나믹한 선의 움직임으로 리드미컬한 화면을 만들어내듯 내 드로잉은 선과 면에 개념이 없다. 선이 면이요, 면이 선이다. 선도 면도 아닌 행위의 존재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글자 한 자를 새길 때 마다 세 번 절 했다는 조선시대 판각장 연희의 정신과 시간 속 생각의 유희로 아주 작은 세모칼로 형상을 판각하고 큰 둥근 칼과 평칼로 여백을 판각하여 마무리한다.

나는 대형 목판화 작가이다. 내 작업에는 프레스기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발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간에 제한받지 않고 작업을 크게 할 수 있으며, 장지를 사용하므로 다른 사람의 작품과 달리 배접부분이 없어 보기가 좋다. 그리고 쓰는 목재 MDF는 가공목판이다. 가격이 저렴하며 작품을 크게 할 수 있고 쉽게 판각할 수도 있어 다루기도 쉽고 구입하기도 편리하지만 보존의 취약성에 고민도 한다.

기법은 다양하지 않다.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 이해하기 쉬운 전통판법이다. 거친 드로잉 속 경쾌한 이미지를 수공품인 칼로 흔적을 만들어 한지를 덮어 찍는다. 깎여나간 나무 부스러기가 좋다. 한지의 색감과 촉감이 좋다.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내 성격이 고맙다.

나의 작품은 판화로는 대작이다. 덩치가 큰 나는 힘이 세다. 그래서 나를 힘들게 하는 크고 무거운 것이 좋다. 큰 작업은 나를 편안하게 그 위에 눕게 만든다. 그 목판 표면을 만지면 아버지의 슬픈 사랑과 어머니의 거친 그리움이 있다.

나는 예술에 의한 예술을 지향한다. 그림의 가장본질적인 구도는 평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안티, 아방가르드, 데카당스, 무정부주의, 아웃사이드란 단어들을 좋아하는 나는 보편적 구도는 이제 새로운 기호가 되기 어렵다고 보고 그동안 버려왔던, 열외 또는 등한시했던 의식을 찾고 싶다. 다수에 잊혀져 버린 소수의 의식을 구도에서부터 찾고 싶기 때문이다. 그림 그릴 때 순간순간 만족을 느끼며 사라지는 나의 작품세계는 니체의 사고방식과 같은 이성과 감성의 교차 또는 결합하여 작업한다. 절대성의 기하학적 추상과 그릴 때 행위와 감정이 폭발하는 액션 페인팅, 욕구와 잠재적 힘을 뒤섞어 분출하는 표현주의, 정신의 해방인 표현실주의, 소름 끼칠 정도로 멋있고 진실해 보이는 사실주의, 시대의 개혁과 민초들이 억압된 감정들을 고발하는 민중미술, 단순하면서도 해학적인 조선시대의 낙서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은 욕망의 그림, 일상이라는 생각에 매일 그린 그림일기들, 어딘가 항상 비어있는 여백은 평온하고 외로움의 친구이며 시대의 아픔은 지금의 내 그림이 되었다. 내 삶은 시련의 연속이고 시간의 흐름 뒤에 존재하는 허망을 인지하고 그림자 뒤편에 존재하는 실존적 강한 인식으로 늘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작업한다.

베르그송은 “지속하는 삶이란, 이성적인 범주에 들어간다기보다 인간의 본능에 대한 설명으로 내면의 끊임없는 발전이자 삶이 발산하는 역동성이다.” 나는 행복하다,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은 외적 내적인 인것을 어렵게 하지 않으므로 그 속에서 오래오래 살 수 있는 미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강동석//

장소 : 금련산역 갤러리
일시 : 2023. 10. 03 – 10.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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