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라展(갤러리 아리랑)_20231018

//작가 평론//
동심세계로의 귀환, Wonderful-Colorful-Beautiful!!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블링블링한 소녀의 눈망울, 호기심 넘치는 몬스터 친구들의 얄궂은 표정, 귀부터 발끝까지 몽글몽글 동그란 곰돌이의 작업까지, 이사라 작가의 WONDERLAND 속에는 캔디 같이 달콤한 희망과 꿈의 서사가 담겨있다. 작가만의 캐릭터와 혼탁한 세상을 투명하게 바꾸는 ‘이사라의 색’은 과하지 않은 적절한 균형 속에서 우리를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유토피아로 인도한다. 진채(眞彩)를 쓰지 않는 독특한 명·채도 속에는 ‘담담한 감성의 색(淡彩=맑디맑은 채색)’으로 세상을 중화시키는 조화의 심상이 녹아있다. “욕심보다 희망을, 결핍보다 사랑을” 주는 명랑소녀시리즈엔 정해진 제목이 없다. 각자 느끼는 어린 시절의 경험을 자화상으로 삼는 샤이니 한 작업들은 가장 예쁘고 가장 순수한 시절로 타임슬립(Time Slip) 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사라의 동심미감은 대중만화 속 요술봉을 품에 안고 잠든 ‘Wonderful Land(어린 시절의 서사)’를, 파스텔조의 아름드리 색으로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 ‘Colorful World(중화와 균형의 네트워크)’를, 요시토모 나라의 풍자적 자유를 뛰어넘는 ‘Beautiful Life(긍정과 유희의 미학)를 실천한다. 우리가 앞으로 경험할 이사라의 ‘원더랜드’는 디즈니랜드와 팀버튼의 상상력을 가로지른 ‘Wonderful-Colorful-Beautiful Dream’의 실현이 아닐까. 꿈꾸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꿈을 실현하는 것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학적서사+네오팝의 융합적 세계관
캐릭터해석 #조화의색 #고도의노동력 #이사라네트워크의실현

올해 초 부산을 강타한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 열풍은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비싼 아시아의 워홀’이라는 세계관 뒤에 일본 아니메의 감화를 보여준 #슈퍼플랫 #오타쿠문화 #일본신화적상상력 등이 결합했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가진 네오팝 계열의 작품들이 단순한 대중문화의 나열이라는 판단은, 순수회화의 엘리트이즘을 오독(誤讀; 잘못번역)한 선입견 때문이다. 실제로 이사라 작가는 네오팝 계열의 외연을 가졌지만, 독특한 스토리텔링의 극적요소는 현대연극의 선구자인 조부 이해랑 선생(1916~1989)을, 집요한 노동집약적 완전성은 극사실회화의 독보적 대가인 부친 이석주 화백의 영향을 받았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캐릭터의 외연에서 동시대 보편성을 획득한 작가는 내연에 동양 전통의 상징성을 숨기는 ‘이중의 내러티브’를 선보인다.

석굴암을 지키는 금강역사상이 악으로부터 중생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갖듯이, ‘#몬스터시리즈’는 악(惡)한 현실을 락(樂: 풍류적 스마일)으로 바꾸는 ‘국면전환’의 캐릭터이다. 고집불통의 얄궂은 표정들은 어둡기는커녕 팬시한 캐릭터로 거듭난 ‘화이트 유머’를 탑재했다. 귀엽고 개성 있는 무명(無名)소녀를 뒷받침하는 세계관은 긍정의 깨달음으로 원더랜드행 티켓을 소지한 우리 모두를 위한 수호신으로 작용한다. 소녀의 순수를 비교/대조하는 조연급 매개체로서 ‘현실의 잔혹함-고독과 이를 정면승부’하는 ‘극복의 캐릭터’로 기능하는 것이다. 반면 ‘#럭키베어’ 시리즈는 동그란 순환과 원형의 세계관을 ‘귀여움 뽀작’ 같은 언어의 다락방에 숨겨두어 보는 것만으로도 ‘내면의 순수’로 들어가게 만든다. 편집증적 완성도로 단 한 개의 동일한 작품도 만들지 않는 작가정신은 ‘곰돌이’의 뒷면과 밑바닥까지 정교한 완전성을 탑재하는 아날로그 미감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제 남은 것은 ‘무명소녀의 활약’이다. 세상에 태어난 순수한 소녀는 ‘자신의 공간-원더랜드‘을 탐색하면서, 캐릭터 친구들과 손에 손을 맞잡고 ‘내 자신을 발견하는 아이덴티티’로의 성장을 노래한다. 실제로 원더랜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트윙글한 소녀의 눈과 접선하거나, 파스텔조의 색채를 링크해 무한한 색의 에너지로 빨려 들어가는 몰입경험이 필수적이다. 작가는 행동과 의식을 통합을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캐릭터 미감’으로 전화(轉化)시킴으로써, 현실의 흐름을 작품과 연동시키는 ‘명상-몰입형 캐릭터 시리즈’를 선보이는 것이다. 반짝이는 당신에게 위로와 희망을 선보이는 작업들 속에는 이사라를 허브로 연결한 동심 세계의 네트워크가 ‘마법 같은 주문’이 되어 존재한다. “Shining Shining Little Girl~ Welcome to Wonderful~ Colorful~ Beautiful Land”//안현정//

장소 : 갤러리 아리랑
일시 : 2023. 10. 18 –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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