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한展(해운대아트센터)_131106

작품을 보는 내내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하다. 작품 속에 빠져 그 곳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고, 그 곳에 가면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자연의 내음이 난다. 맑은 공기와 물, 하늘거리는 바람, 새소리, 폭신한 흙길, 떨어지는 이슬비, 작품을 보는 동안 시간이 멈추고 자연에 푹 빠져 자연과 하나가 된 것 같다. 어느덧 감상자는 자연을 관조하는 구도자가 된 심경, 갤러리에서 이민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받은 느낌이다.

해운대아트센터는 한국적 절제미와 정체성을 탐구해 온 이민한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다수의 작품이 전시됐는데 모두 올 한 해 동안 작가가 그린 작품이다. 작품에는 발묵과 적묵을 섞어 사용했고 내용적으로는 정중동의 풍경을 느낄 수 있다. 해운대아트센터 갤러리는 천장이 높고 반듯한 사각형이면서도 벽면의 모서리 부분들은 입체적으로 처리해서 작품을 걸었을 때 시각적으로 분위기가 있어 공간과 그림이 잘 어울리는 효과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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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는 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경이 감상 포인트지만 이민한 작가의 작품에선 자연에서 느끼는 정감과 공감, 명상적인 세계, 자연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담는데 주력했다. 조용한 느낌 안에는 움직임이 있고 동양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작가는 근래에 와서 작품 속에 색을 쓰는 경향이 늘었다고 한다. 한두 가지의 색을 절제해서 사용하는데, 작가는 현대적 조형 관점에서 이런 변화를 실험적으로 시도했다고 한다.

많은 작품 속에 길이 보인다. 길이 없는 물가에는 돌다리가 그려져 있다. 오솔길은 멀리 산등선을 넘어가고 또는 개천에서 끝나기도 하며, 바다로 이어지는 절벽 위까지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길의 끝에는 빛이 은은하게 새어 나와 희망으로 연결된다. 때로는 길가에 나무와 자그마한 바위가 있어 나그네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작가는 고요함과 부드러움 속에 쉼터와 희망을 그려 넣음으로써 관객들에게 은은한 감동을 전달한다.

『열린 마음으로 느끼는 그대로
대상을 자연 그대로 둠으로써 무상의 향기로운 세계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판단정지를 통한 깨달음의 세계가 만드는 고요함과 평화로움.
굳이 이름을 붙이거나 이야깃거리를 만들지 않아도,
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관념의 세계를 벗어나
실재의 사실을 대면함으로써 마음과 몸을 관통하는 자유를 느낄 것입니다. 』
<해운대아트센터 김인옥 관장의 인사말 중에서>

이민한 작가는 현대의 시대정신보다는 그림 본연이 갖고 있는 절대적 정신에 비중을 둔다. 그래서 통시대적으로 어느 시대의 사람, 어느 지역의 사람이나 느낄 수 있는 정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의 작품이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단정한 외모와 조용한 성격, 그러면서도 편안한 인상이 그의 그림과 닮은 것 같다. 이번이 13번째 개인전인 이민한 작가의 전시는 11월 17일까지 해운대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3. 11. 6 –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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