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retation of Medium展(리앤배)_20250624

//전시 소개//
리앤배는 매체를 통해 사유의 지평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조명하는 배상순, 장인희, 박효진, 유명균 작가의 ‘Interpretation of Medium’전을 개최한다. 재료는 작가에게 있어 단순한 제작 도구를 넘어, 자신의 의도와 개념,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 이번 전시에서 레진, 섬유, 벨벳, 미러펫필름 등 서로 다른 조형적 언어를 사용하는 각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매체가 단순한 표현 수단을 넘어 사유와 인식의 통로로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를 탐구한다. 물질성에 대한 치밀한 실험, 시간에 대한 조형적 환기, 존재론적 질문에 응답하며, 매체의 해석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형상 너머의 세계’에 대한 감각의 확장을 시도하고자 한다.

조각가에게 재료의 물성을 다루는 일은 단순히 조형적인 작업을 넘어, 작품의 본질을 구성하고 작가의 철학을 구현하는 핵심적인 과정이다. 박효진 작가는 다양한 종류의 레진과 조화, 목재, 오브제 등을 사용하여 인간 욕망의 이중성과 존재의 공허를 시각화한다. ‘Night Garden’ 시리즈는 전통 도자기를 연상시키는 단단하고 절제된 하단부와 안료가 스며든 레진으로 형성된 꽃다발 형상은 감각적 대비를 이룬다. ‘Flower Sketch’ 시리즈는 마치 허공에 그린 그림 같은 선적인 드로잉을 기반으로 꽃의 형상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작업으로 회화의 평면성과는 다른 조각 고유의 물질성을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실험적 시도이다. 작가는 조각, 회화, 드로잉 사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시각적 아름다움과 더불어 삶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전하고자 한다.

배상순 작가는 벨벳, 도자,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나와 타인, 근현대 역사를 아우르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동시대의 삶과 인간 존재, 그리고 우주와의 근원적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를 대표하는 ‘벨벳 회화’는 가느다란 세필로 검정 벨벳 위에 희석한 흰색 젯소(gesso)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작가는 반복되는 선의 중첩을 통해 시간의 축적과 복잡하게 얽힌 관계의 무게를 시각화한다. 검정 벨벳은 캔버스를 대신해 선택된 재료로, 빛을 거의 완벽히 흡수하며 반사를 최소화한다. 그 위에 그려진 희미한 흰 선들은 유화물감 대신 젯소를 사용함으로써 더욱 구조적인 물성을 드러낸다. 이 반복되는 선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관계의 흐름을 나타내고, 물감이 닿지 않은 검은 여백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깊은 공허와 무한을 상징한다.

유명균 작가의 작업은 미국 각 지역의 지질 환경과 자연 경관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이를 작품에 담아낸다. 천연 섬유를 주 매체로 삼아, 아크릴과 안료를 혼합하여 섬유를 염색하고 캔버스 위에 덧대어 조형한 후, 에어브러시로 섬세한 표면 색감을 완성한다. 작품 표면의 거친 질감은 단순한 촉각적 경험을 넘어, 비문명화된 원초적 자연, 특히 숲의 시각적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유명균의 조형물은 땅속 깊숙이 뻗어 나가는 나무뿌리처럼 자연의 생명력과 감동을 시각적으로 확장시키는 장치이다. 작가는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내재된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층위를 탐구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재료의 물성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과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장인희 작가는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이나 금분으로 베이스를 만든 뒤, 사람, 동물, 문자 등의 형상을 가위로 잘라낸 거울 반사 필름(mirror PET film) 조각들을 부착하고, 그 위에 물감을 두텁게 덧바른 후 보호필름을 하나씩 떼어내며 형태를 완성해 나간다. 가위질은 작가에게 있어 단순한 제작 행위를 넘어, 시간의 흐름과 유사한 구조를 지닌 행위로 인식된다. 작품에 사용되는 거울 반사 필름은 관람자가 화면 속에 자신을 비추게 만들며, 작품 속에 또 다른 ‘순간’을 생성한다. 이로 인해 관람자는 작품 속의 한 장면이자 주체자로 참여함으로써 시간, 기억, 존재의 조각들이 재구성되고, 나 자신의 시간과 타인의 순간이 맞닿는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작가에게 ‘순간’이란, 방금 전의 과거, 먼 옛날의 기억처럼 입체적인 과거의 시간들이 중첩되어 드러나는 장면이다.

박효진 작가는 1974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조소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국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수학했다. 한국, 영국,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아트페어를 참여했으며, 2014년 Aesthetica Magazine 선정 100대 현대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작품은 Saatchi Gallery,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다. 배상순 작가는 1971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일본 무사시노미술대학원과 교토시립예술대학원, 영국 Royal College of Art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2005년과 2008년 일본 모리미술관 전시에 선정되었으며, 서울, 런던, 홍콩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는 교토를 거점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유명균 작가는 1962년생으로, 부산대학교 및 일본 타마미술대학교를 졸업했다. 도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오사카 국립현대미술관, Saatchi Gallery 등에서 전시에 참여했으며, 도쿄 오브제전과 이마다테 현대미술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CFEVA (Philadelphia, USA), Imadate Culture Center (Japan), Saatchi Gallery (London, UK) 등에 소장되어 있다. 장인희 작가는 1979년생으로, 홍익대학교 및 동 대학원에서 회화과를 전공하고, The School of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현대미술을 수학했다. Asian pacific art and artist show Chicago, 부산비엔날레, 국립현대미술관, OCI미술관 등 국내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금호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리앤배//

장소 : 리앤배
일시 : 2024. 6. 24 – 8. 9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