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무형展(갤러리 이듬)_140107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는 갤러리 이듬에서는 신년 첫 기획전으로 권무형 작가를 초대했다. 작가는 프랑스 파리에서 주로 거주하면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전시 개최 장소에 따라 한국과 북경에서도 작업을 한다. 권무형 작가는 초기 페인팅 작업에서 사진과 동영상, 전위예술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는 신체를 작품 대상으로 작업을 해 오고 있으며 현재는 ‘명상’이라는 주제로 원형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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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만나기 전 인터넷으로 과거 전시 활동 소식을 찾아 봤다.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서 퍼포먼스를 벌이는 장면들을 보도한 뉴스가 눈에 띄었다. 긴 머리와 수염을 늘어뜨리고 알이나 소라를 귀에 대고 있는 진지한 모습은 마치 인도의 수도승과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미소를 잘 지으며 조근 조근 작품을 설명하면서 사람을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있었다.

권무형 작가는 긴 머리에 희끗희끗한 긴 수염의 모습이었다. 그는 1993년 2월 28일에 삭발 하고 수염을 깎은 이후 지금까지 계속 기르고 있다. 그러면서 조금씩 자라나는 머리카락과 신체의 외형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촬영하여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작가는 머리카락이 자라고, 나이가 들수록 생기는 주름, 조금씩 흰머리로 되어가는 모습을 오랜 시간을 두고 작품으로 만들고 있었다. 여기에는 그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는 시간 개념이 들어있다. 그리고 이 시간 개념은 순환과 명상으로 이어져 현재의 작품 주제가 되었다.

작가는 원형 작업을 하면서 처음에는 매일 매일 일기를 쓰듯이 수많은 원을 그렸다고 한다. 작가는 이것을 프로세스 아트라고 부르는데, 초창기 작품에는 이러한 원들이 모여 한 화면을 가득 채우는 형태였다. 하지만 점점 그의 작품 속 원들은 줄어들고 결국 하나의 원으로 단순화 되었다. 하지만 하나의 원 속에는 또 다른 원들이 축적되어 압축되는 작업으로 변했다. 마치 과거에는 산문을 썼다면 이제는 작가가 시를 쓰는 것이다.

『아티스트 권무형에게 있어 정신성은 액면 그대로의 자연에 대한 각별한 의식에서 비론된다. 말하자면 외사조화(外師造化), 즉 자연의 조화 관계에서 정신성을 얻는다는 얘기다. 밤과 낮, 해와 달, 언덕과 평지, 산과 골짜기, 식물의 탄생과 죽음 따위는 자연계의 조화 원리일 뿐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도 중요한 지침을 제공해준다고 믿어져 왔다. 물은 낮은 곳으로 모여 들고 밝은 낮에 모든 생명체들이 활동하듯이 권무형은 평면을 평면답게 놓아두고, 물감은 물감답게, 또 색깔은 색깔답게 놓아둔다.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손질을 가할 뿐 그림의 본성을 깨드리지 않는다. 그에게 그림이란 조화를 터득하는 수련장과도 같은 것이기에 복잡함을 피하고 가급적이면 단순성을 취한다. 조화란 현란한 외모를 취할 때 보다 단수한 구조를 띨 때 더욱 잘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색을 기조색으로 삼은 화면경영, 단순한 작업과정, 화면주위를 떠도는 오묘한 기운에서 우리는 그가 의도하는 자연성의 대강을 엿볼 수 있다.』<서성록 평론 중에서>

작가의 또 하나의 관심사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의 예전 작품 중 작가가 귀에 알을 대고 있는 사진 작품이 있다. 알은 태초의 생명체와 같은 것이고 거기에는 맥박, 느낌, 떨림, 진동 등이 내포되어 있다. 즉 보이지 않는 것을 작가가 귀에 댐으로써 느낌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또 소라를 귀에 대는 행위나 천을 날리는 모습이 담긴 작품도 같은 맥락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와 바람을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예술 작품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강렬하게 또는 예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작가는 이러한 추세에 대해 반대적인 입장인데 그는 작품을 보면서 ‘명상’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려 한다. 언제 어디서 보더라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하며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작가의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이듬에서 2월 2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갤러리 이듬
– 일시 : 2014. 1. 7 –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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