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 이우림展(갤러리 이배)_140116

미술 관련 자료나 책을 읽다보면 철학적 용어를 가끔 접한다. 특히 추상작품은 더욱 그러한데, 편안하게 작품 보러 왔다가 작품 설명을 읽고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따져 보면 미술과 철학은 공통된 주제가 많고 다른 분야인 것 같은 인문학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한다. 갤러리 이배는 ‘미술, 人文의 길’이란 주제로 두 작가를 초대하여 전시하고 있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일수도 있지만 또 자세히 살펴보면 미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도 같다.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 때부터 교양인 양성을 위한 일반 교육이었던 인문학은 오늘날까지 ‘인간의 정신을 고귀하고 완전하게 하는 학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예술은 이러한 인간 정신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미술에 관한 인문학적 접근은 고대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그림들이 어떻게 그 시대를 인식하고 표현해왔는가를 살펴보는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미술작품을 통해 일정 시간과 장소에 속한 사람들의 정신과 삶의 방식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미술작품이 역사적으로 그 사회의 정신을 반영했기 때문에 20세기 이후 서양미술은 인문학적 코드로 작동되고 있으며 미술이 더욱 지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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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 참여한 이승희, 이우림 작가는 ‘미술, 人文의 길’이란 주제에 부합되는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는 작가들이다. 통섭의 시대정신을 담은 새로운 도자 담론을 제시한 이승희 작가는 2006년 이후 세계최대의 도자 생산지인 중국 경덕진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도자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경덕진은 도자기 작업을 하기 좋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주로 판 작업을 하기 때문에 경덕진에서 생산되는 흙은 특성상 넓은 판 작업을 하기가 용이하다고 한다. 2009년 이후 선보인 ‘CLAYZEN’시리즈와 최근 ’TAO’시리즈는 평면도자회화에 대한 작가의 도전정신과 선구자적인 관점과 의지의 결정체라 볼 수 있다.

선조들의 서정과 인문적 사고를 바탕에 깔고 우리 미감의 세계를 표현하는 이승희 작가는 도자의 단순 기능을 탈피하여 예술지향적인 미적 세계를 탐색하는 회화적 도예작품을 추구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한국적인 정신과 정취를 바탕으로 그의 내면적 울림을 예술로서 표현하고 동양적인 감성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감성에 호소할 수 있는 예술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한다. 작품을 완성하기까지는 넓은 판을 만들어 깨지거나 틀어지지 않게 서서히 흙을 쌓아 올리고 흙물을 70번 이상 말리고 바르는 작업을 한다.

초현실주의라는 다소 이질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독특함으로 국내외 미술애호가들로부터 사랑 받고 있는 이우림 작가는 2006년 금호 영아티스트로 선정되면서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작가는 그동안 숲과 인물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상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국내외 주요 갤러리에서의 개인전과 베이징 아트페어, 싱가포르 아트페어 등 세계적인 아트페어를 통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그의 몽환적인 작품세계는 관객들에게 초현실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우림의 작품은 현실의 시공간을 넘어 실재와 비실재가 혼재하는 현실과 상상 사이의 미묘한 경계선에 존재한다. 그 곳은 소통을 추구하는 작가의 내면적 사유와 염원이 담긴 무한한 자유의 세계, 즉 자신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아가 원초적으로 쉴 수 있는 유토피아적 공간이다. 그는 ‘산책’시리즈에서 조선시대 풍속화를 차용하여 한국화와 서양화, 그리고 시대의 차이를 극복한 냉혹한 현실과 무관한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표현한다. 미술평론가 이선영씨는 이 장면에 대해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한량들을 그린 옛 그림은 ‘산책’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면서 “한국화와 서양화 그리고 시대의 차이가 선명하지만, 양자는 감성 면에서 일치하며 이물감 없이 어우러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적 정신과 정취가 묻어 있는 전통 도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승희, 우리 고전 풍속화를 차용하여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있는 유토피아적 세계를 표현한 이우림. 이번 전시에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미술 감상이 주는 인문학적 지혜의 습득과 성찰의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하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이배에서 2월 15일까지 계속된다.

– 장소 : 갤러리 이배
– 일시 : 2014. 1. 16 –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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