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현展(예술지구p)_20251221

//전시 소식//
‘서동 온천장 긋기 할퀴기 찍기’는 피난민 여성들이 감금되어 일했던 당감동을 그린 ‘오늘 맗음 맗음’(2021), 미남 과부촌과 구포 만세길을 그린 ’가게 안 작은 방’(2023) 이후 성매매 집결지와 인근 쪽방들을 그림으로 기록한 세 번째 전시다. 지난 두 전시에서 부산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못한 성매매 집결지들을 기록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작업했다면 이번 전시는 기록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며 준비를 했다. 나는 왜 여기를 그리는 걸까?
당사자가 아닌 나는 여성 개개인에게 이곳이 어떤 장소였을지 사실 알지 못한다. 내 몸으로 알 수 있는 건, 그려지는 기법에 대해 내 몸에 남는 통증에 관해서 일뿐이다. 그림의 화면을 바라보며 연필을 흉기처럼 뾰족하게 깎다 보면 그 날카로운 끝을 보게 된다. 화면을 미세하게 수없이 할퀴며 종이를 메우고 나의 하루도 깎아버리며 동시에 지워간다. 그려지는 종이 표면(대상의 형상)을 긋고 할퀴고 찍으며 메워지는 가학적인 방식의 그리기는 화면과 나의 몸에 동시에 흔적을 남긴다.
죄책감, 증오, 열망들, 분출되지 못하는 통증과 같은 감정들, 그림에 몰두하면 추락으로부터 구출될지도 모른다. 칼로 연필을 깎을 때 들리는 우는 듯한 소리, 작업실 인근 고가도로에서 들리는 달리는 차들의 소음들, 결국 나의 어둠을 어쩌지 못해서 작업을 하게 된다.

‘그녀’는 홀로 두 자녀를 키우며 살아오는 동안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많았는데 트라우마적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해리 기억장애 진단을 받았다. 힘들게 살아온 삶의 흔적이 남아 그녀는 자주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하고를 반복했다. 그녀를 언젠가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몇 년 전부터 그녀의 얼굴을 그려오고 있는데 그림 속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그려온 작업의 전체적인 주제가 고통의 문제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워진 그녀의 기억처럼 나의 20대 이전 기억도 많이 지워졌다. 구체적인 기억은 지워졌지만 젊었던 그녀의 슬픔과 그 당시 살았던 작은방에 관련한 감정들은 남아있다.
30대의 젊은 그녀는 온천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꼬지 집을 하고 있었다. 가게에 여러 안주들 나막스, 두부김치, 계란물에 다진 야채를 묻혀 구운 두부 전, 꽁치구이, 35년 전 온천장에 가게들은 장사가 잘되고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최근에 그녀가 이야기를 해주었다. 온천장 업소에서 일하던 아가씨들이 그녀의 꼬지 집에 와서 작은 맥주병 하나를 시키고 안주 세 개를 시켜 허기진 배를 채우곤 했다고. 그 이야기를 듣는데 나는 내가 왜 거리의 가게들을, 술집들을, 그리고 있는지 잠시 이해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서동과 온천장의 아가씨들과 아저씨들 그리고 자식들을 먹이고, 업소 언니들이 조폭들, 일본인들, 회사원들을 상대하며 번 그날의 돈이 서로 만난 적 없는 나를 먹이고 키웠다는 생각이 들었다.//박자현//

장소 : 예술지구p
일시 : 2025. 12. 21 – 12. 3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