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시간의 경계를 넘다.
나는 시간의 경계를 ‘선’이 아닌 층으로 바라본다.
겹쳐진 색과 반복되는 선의 흔적들은 지나간 순간의 전상이며, 지워지고 덧입혀진 화면은 기억이 축적되는 방식과 닮아 있다.
캔버스 위의 선은 한 층 한 층이 사라지는 시간에 대한 저항이자 남겨 두고 싶은 감정의 기록이다.
시간은 직선처럼 흐르는 것 같지만 기억과 감정 속에서 끊임없이 겹치고 흔들린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들이 캔버스 안에서 동시에 숨 쉬는 순간을 포착하려는 시도이다.
작품에서 명확한 시작과 끝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 과거가 현재로 스며들고 현재가 미래를 예감하는 순간에 집중한다.
기억과 감정을 오롯이 캔버스에 옮기며 현재의 나와 마주하는 사유의 시간이다.
바다는 나에게 감정과 기억이 머무는 내면의 풍경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색, 밀물과 썰물의 리듬은 삶의 굴곡과 닮아 있으며, 거센 파도 뒤에 찾아오는 고요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나는 붓이 아닌 나만의 도구로 얇은 선을 반복해 쌓아 올린다. 수많은 선의 겹침은 생각의 잔상과 마음 깊은 곳의 소리를 담아내는 과정이며, 하나의 색은 여러 색의 축적을 통해 완성된다. 이 반복과 겹침의 시간은 비우고 채우는 명상과도 같다.
겹쳐진 선들이 만들어 내는 화면은 직조된 천처럼 따뜻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나는 바다를 통해 삶의 파도를 견디는 방법과, 다시 고요로 돌아오는 평안과 위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린왕자
내 안에 아직 떠나지 않은 어린 왕자가 있다.
어른이 되었다고 말하는 순간들 속에서도 어릴 적 순수함, 동심, 기억을 떠올리며 여전히 더욱 또렷이 기억하고 싶은 추억들….
내 작업 속 인물과 풍경은 종종 고요하다. 하지만 그 고요는 침묵이 아니라 기다림이다.
말하지 않은 감정, 이름 붙여지지 않은 기억들이 조용히 숨 쉬는 시간.
어린왕자는 그 시간 안에 별을 바라보듯 세상을 바라본다.
나는 어른의 언어로 그림을 그리지만, 그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어린 왕자의 눈을 닮고 싶다.
내 안의 어린왕자는 아직 여행 중이다. 별에서 별로, 기억에서 감정으로. 그리고 그 여정을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캔버스 위에 조심스럽게 옮긴다.
어른이 되면서 끝내 버리지 않으려는 것들,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믿음. 그 믿음이 지금 내가 그리는 모든 그림의 시작이다.//김영화//
장소 : 마루아트센터
일시 : 202. 3. 4 – 3. 1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