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Void = Empty but Holding’
권혁의 회화는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무엇을 비워두는가에서 시작된다. 화면 속 달항아리와 접시는 분명한 형상을 지니고 있지만, 그 내부는 언제나 비어 있다. 그러나 이 비어 있음은 결핍이나 공허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는 상태, 아직 특정되지 않았기에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자리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 《Void = Empty but Holding》은 바로 이 상태를 가리킨다.

작가는 오랜 시간 하나의 형상을 반복해왔다. 달항아리와 접시라는 대상은 단순한 정물의 소재가 아니라, 비움과 담김이라는 감각을 가시화하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화면 위에 놓인 대상은 실재하는 사물이면서 동시에 물질성을 벗어난 이미지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스스로 묻게 한다. 이러한 질문은 작품이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관객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 넣는 순간 비로소 완성된다.
최근 작가가 병행하고 있는 렌티큘러 작업 역시 이러한 탐구의 연장선에 놓인다. 시선의 위치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이 작업들은 고정된 하나의 형태를 제시하기보다, 보는 행위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존재는 단일한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고, 인식되는 순간마다 새롭게 형성된다. 이때 작품은 더 이상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상태가 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반복과 침잠의 시간 위에서, 다음 흐름을 향해 조용히 열려 있는 장면과도 같다. 비어 있으되 담고 있는 상태, 즉 Void는 끝이 아니라 가능성의 자리이며, 정지된 이미지가 아니라 계속해서 수용하고 변화하는 공간이다. 권혁의 화면 앞에서 우리는 어떤 형상을 보기보다, 하나의 상태에 머문다. 그리고 그 머묾 속에서 비어 있음이 지닌 충만함을 경험하게 된다.//갤러리 휴//
장소 : 갤러리 휴
일시 : 202. 2. 26 – 3. 22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