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새벽녘의 잡감(雜感) –
‘표면적’으로 보이는 부둣가 선박의 산화된 ‘녹의 표현’을 구현해 내는 것이 결코, 내 작품의 목표는 아니다.
‘녹슨 외형’을 따라 그리는게 내 그림의 지향점이 아니라,
‘철의 산화’ 라는 과정에서 보듯이
오랜 세월을 두고 생기는 ‘물질의 변화’에 주목한다.
당당히 바다를 누비던 선박들의
단단하게 무장한 철갑과
화려하게 차려 입은 형형색색의 도료는,
모진 풍파와 세월의 겹침으로 인해 과거의 모습은 흔적 으로만 남게 될 뿐이나,
‘세월’ 과 ‘역정(歷程)’으로 인해 생긴 변화된 훈장을 온 몸으로 새기게 된다.
그것은 ‘상처’가 아니고 새로운 ‘진화’다.

지나간 세월의 흔적들은 ‘역사’이다.
내가 그림에서 이렇듯 ‘표현의 수단’ 으로 삼는 ‘철의 산화’는 어찌보면 우리 인생과도 맞닿아 있는듯 하다.
지워지는 것이 아니고 ‘진화’되는 것이며,
파괴되는 것이 아니고 ‘창조’되는 것이다.
그림의 화면을 다루는 과정도 비슷하다.
세월이 쌓이듯이 몇겹의 감정이 쌓여간다.
그래서 내그림이 어디로 갈지,어디서 끝날지 나도 모른다.
선박표면이 세월과 풍파를 겪으며 산화되어 가듯이 내 그림도 점점 산화(?)되어 가는 오래된 과정을 겪는다.
그런 어느 순간 붓을 내려 놓는다.
그렇게 나의 그림은 녹슨 선박의 그것과 비슷한 반열에 오르게 된다.
시선을 잠시 돌려보자면,
내가 머물고 있는 이곳도,
이곳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도,
이 ‘오래된 도시’ 의 흔적과 훈장이다.
너무너무 식상한 표현이지만,
그러나 너무너무 지당한 명제인…
‘인생 자체’가 ‘예술’이지 않는가..
그 ‘인생예술’이 모인곳이 도시이고,
그렇게 ‘오래된 도시’는 ‘진화’하고 ‘창조’된다.
‘풍경화’ 의 형식을 빌어 그려내는 나의 그림속에는
‘오래된 도시’에 살고 있는 한사람 한사람의 ‘삶’의 ‘역정(歷程) ‘이 녹아 있는 셈이다.//여근섭//
장소 : 심스 갤러리
일시 : 202. 3. 21 –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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