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옥展(해운대아트센터)_140121

지난 해 가을 민화 개인전을 발표했던 김인옥 작가가 이번엔 십여 년 동안 그려왔던 ‘관계’ 시리즈 주제로 개인전을 갖는다. 사람과 자연의 공존 공생을 물총새와 쉬리, 피라미 등을 통해 미적으로 형상화 한 작품들이다. 주로 100호 안팎의 크기를 한 반구상 반추상적인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멀리서 작품을 봤을 때는 울창한 자연을 그린 것 같았다. 가까이에서 보니 자연의 한 일부인 것에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는 듯싶다. 작가는 작업을 하거나 또는 멀리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면서 작품 속 물총새나 물고기들과 대화 한다고 한다. 그리고 새나 물고기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얼마나 동화되고 감정이입 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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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옥 작가는 삼배 접지를 한 장지 위에 채색하는 방법을 연구했는데, 특히 바탕색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한 과제로 고민을 해왔다. 한지에 사용하는 물감으로는 바탕색 위에 채색하는 것이 결코 싶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채색방법으로는 작은 종지에 물감을 풀어 한 색깔씩 사용하는데 이와 같은 방식은 색의 깊이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작가는 채색방법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아크릴 물감의 농도 조절, 얇게 덧칠하는 방법, 진주 천연 펄의 사용 등으로 새로운 ‘현대 채색화 기법’을 개발했다. 혹자들은 그렇게 견고한 그라운드가 필요하다면 캔버스를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바탕에 칠한 먹이 스미어 올라오고 자연스러운 발묵을 캔버스에 표현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직도 한지를 고집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100호 기준으로 열 대 여섯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길게는 10년 전의 작품부터 최근의 작품까지이다. 새와 물고기를 통해 “관계 들여다보기”를 형상화 한 작품들은 한국화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서양화와 같은 경쾌한 색상을 띠고 있다. 가끔 볼륨감을 나타내기 위해 핸디코트라는 종이죽을 사용하기도 한다. 모든 작품에 유리 액자를 했지만, 한 작품에는 유리가 없었다. 작가는 바탕을 직접 손으로 쓸어보며 한지를 견고하게 작업한 후 채색하기 때문에 손상이 없고 종이가 피지도 않는다고 설명한다.

전시장의 한 벽면에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 보인다.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닌 추상작품이다. 작품명은 ‘거울 속의 아침’. 작가가 몇 달 동안 매달려 완성한 작품이라 한다. 추상 작품이라 언뜻 어떤 느낌인지 와 닿지 않았지만 작품 제목을 알고 나니 그 느낌이 조금 다가온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문과 거울에 비친 아침풍경을 그린 것인데 밝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 한지를 붙이고 그 아래의 색상이 조금 비치는 작품이다.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선 충분한 에스키스(밑그림)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형태를 갖춰나간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작품 ‘관계’ 시리즈에서 ‘들여다보기’라는 소통 방식을 통해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한다. 곧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과는 차별화된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상은 자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를 말하기에 자연을 소재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세계의 관계는 나를 중심으로 대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모든 관계의 성립은 내가 대상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느냐 이며, 세계의 중심에 서있는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이런 관계의식에서 비롯한 ‘들여다보기’는 발묵과 우연성을 통해 이미지화된다. 자연을 소재로 하는 것이 당연한 귀결이며, 수묵의 우연적 효과에서 그 자연스러움의 연장선을 볼 수 있다.』<작가 노트 중에서>

작가는 틈 날 때마다 여행을 하고 자연을 관찰한다. 새로운 느낌이 와야 새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빛 모레 속을 노니는 피리, 낙동강변의 노을, 밤 풍경 등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듣는 이 조차 상상의 나래로 빠져 들 것 같았다. 종이로 천의 질감이나 바위의 느낌을 내고 있는 작가의 독특한 작품은 우연이나 답습의 결과가 아니라 집요한 탐구 정신과 실험적인 노력에 의한 결과라는데 더 의의가 있을 것이다. 전통적인 채색법을 극복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된 이번 작품 전시회는 2월 23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해운대아트센터
– 일시 : 2014. 1. 21 –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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