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주展(갤러리 올)_20260429

//작가 노트//
나의 작업에서 집은 안식의 장소라기보다, 불안정한 균형을 견디는 구조에 가깝다. 나는 집의 형태를 고려청자 매병과 주병의 비례에서 출발시켜 조형적으로 왜곡해 왔다. 그릇이 비어 있음으로써 기능을 획득하듯, 이 집들은 완결된 안정이 아니라 긴장 속에서 유지되는 상태로 존재한다.

내가 말하는 조화란 충돌이 제거된 상태가 아니라, 대립하는 요소들이 동시에 존재하며 관계를 지속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조화를 삶의 구조로 옮기기 위해 부산 산복도로의 계단과 골목을 화면의 기본 장치로 불러왔다. 계단과 골목은 오르내림과 반복을 통해 삶이 실천되는 장소이며, 고난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은 현장이다.

작품 속 거위는 ‘마더 구스’에서 출발한 존재로, 모성을 직접적으로 표상하기보다는 폭력을 지연시키는 완충 장치로 기능한다. 거위는 집 안의 창문 속에도, 집 밖의 구조 속에도 나타나며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그 속도를 늦춘다.

계단 위에 등장하는 기차는 상상적 상징이 아니라 실제 부산의 계단에 설치된 엘리베이터와 모노레일에서 재해석된 구조이다. 나는 이 수직 이동 장치를 기차의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꾸준한 삶의 실천이 축적될 때 발생하는 시간의 가속과 방향의 가능성을 시각화한다. 이 기차는 탈출이나 도약을 의미하지 않으며, 버텨 온 삶이 스스로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이동 방식에 가깝다.

연작의 후반으로 갈수록 기차는 점차 형상을 잃고 구조 속으로 흡수된다. 이는 가능성이 실현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구조가 더 이상 외부의 장치를 호출하지 않아도 지속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음을 드러낸다. 이때 계단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무게는 달라진다.

이 작업에서 부산은 배경이 아니라 조건이다. 수직으로 축적된 삶과 그에 대응해 생성된 건축적 장치들은, 삶이 어떻게 구조를 만들고 또 그 구조에 의해 지속되는지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논리이기 때문이다.//임현주//

장소 : 갤러리 올
일시 : 202. 4. 29 –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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