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혜展(혜화아트센터)_20260508

//작가 노트//
나의 작업은 자연, 특히 하늘과 풀을 통해 경험한 위로와 치유의 감각에서 출발한다.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며 시시각각 다른 표정으로 존재하는 하늘은 기쁨과 슬픔의 시간을 함께 나누는 존재였고, 비와 빛, 바람의 흐름 속에서 풀을 피워내는 자연의 순환은 삶의 감정과 깊이 맞닿아 있었다. 비가 내리고 다시 햇살이 스며들며 풀이 자라나는 과정은 슬픔을 흘려보낸 뒤 다시 희망을 회복하는 인간의 내면과 닮아 있으며, 이러한 감각은 나의 작업을 이끄는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

나는 일상 속에서 식물을 기르고 돌보는 시간을 통해 자연과 긴밀하게 호흡하며, 씨앗에서 시작해 자라나는 풀의 생명력과 변화의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이름 없이 흔하게 존재하는 풀들은 서로 얽히고 기대며, 때로는 경쟁하고 공존하는 관계 속에서 하나의 유기적인 질서를 만들어 내고, 이는 곧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작업 속에서 반복되는 선과 형태는 개별적으로는 불완전하지만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이러한 축적의 과정은 자연의 리듬을 따라가는 수행적 행위이자 내면을 정돈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화면은 외적인 자연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내가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각과 에너지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자연으로 확장되며, 그 안에서 색과 형태는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된다. 나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연이 지닌 무한한 생명력과 순환의 질서를 드러내고자 하며, 동시에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르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을 제안하고자 한다. 결국 작업 속 풀은 나이자 우리이며, 그들이 머무르고 떠오르는 풍경은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안온한 장소에 대한 은유라 할 수 있다.//하지혜//

장소 : 혜화아트센터
일시 : 202. 5. 8 – 5. 2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