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나의 작품 전반의 화두는 인간성의 회복이다. 우리의 고전 ‘천부경’에서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人中天地一(인중천지일)”이라는 문장으로 일러준다.
“사람 안에 하늘과 땅이 있어 셋이 일체를 이룬다.”
지금까지 세계는 분열과 분쟁, 대립과 갈등의 시기였다. 힘의 논리에 의해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고, 가진 자가 없는 자를 노예화하며 자신의 안위와 부를 축적해 왔다.
그 힘의 논리는 자본의 힘이었고, 그 자본은 산업혁명 이후 막강한 물질문명을 가진 서구의 계몽적 인본주의와 맞물려 성장했다. 그러나 이성에 대한 지나친 믿음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정신문명을 소홀히 하게 만들었고, 물질과 현상에 집착하며 세속화로 흘러가게 했다. 그 과정에서 수반된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성 또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제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 사실이다.
서구뿐 아니라 종교와 문화의 포용력이 뛰어나고, 각자의 가치가 서로 공존하며 우주와 자연을 포괄하는 인본주의를 지녔던 동양 역시 근대화를 겪으며, 한계에 다다른 합리성에만 기반한 서구와 크게 다르지 않게 변모해 버린 것도 사실이다.

이 과정 속에서 그동안 간과되고 희생의 제물이 되었던 것이 바로 인성의 가치이다.
그래서 지금의 시대는 분열과 파괴의 시대에서 균형과 조화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분기점에 놓인 혼돈의 시기이며, 여기에서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은 인성의 회복이다.
인간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다. 그래서 행복해야만 할 권리가 있다.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온 자연 속에서 삶의 지혜를 터득하고, 자연과의 동화와 편재를 통해 우주를 탐색해 왔던 선인들의 자취를 더듬어,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인성 회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은 서로 상충하거나 경쟁하지 않고 상생하며 살아간다.
꽃은 나비를 부르고 자신의 꿀을 내어주며, 나비는 다른 꽃에게 그 사랑을 전한다. 또한 동물은 식물을 취하지만, 그 씨앗을 다른 땅으로 옮긴다. 이것이 순리다.
자연에서의 모든 생산과 탄생은 순리의 교감을 통해 이루어진다. 인간관계 또한 교감이다. 그 교감의 깊이에 따라 교감의 질도 달라지며, 그것이 상생을 갈구하는 내 사색의 그릇이다.
모든 사물의 생성이 음과 양이 서로 팽창하고 수축하며 이루어지듯, 인간성 또한 양면성을 함께 지닌다. 이 양면성의 한쪽 면만을 내세워 성선설과 성악설로 나뉘기도 했지만, 인간에게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이 양면성을 조절할 수 있는 양심이라는 위대한 정신적 조절 장치가 있다. 그렇기에 인간은 상생의 가능성과 기회를 크게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몸은 완벽한 우주이며, 또한 가장 이상적인 사회를 보여준다. 인간의 몸속에서는 모든 구성체가 경쟁하거나 우두머리를 두지 않고, 서로 다르면서도 서로를 보완하며 전체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
인간은 태어나기 전 열 달 동안 어머니의 뱃속에서 생명 진화의 전 단계를 경험한다. 생긴 지 6일째에는 원생동물의 형태를 띠고, 12일이 되면 눈이 생겨 물고기의 형태를 띠며, 18주가 되면 새끼 원숭이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이후 서서히 사람의 형상을 갖추게 된다.
인간은 진화의 어려운 과정을 통해 성취된 정신적 진화의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며, 그 자체로 기회이자 가능성이다.
나는 그림을 통해 이러한 위대한 인성을 드러내고 싶다. 인간 속에 아직 남아 있는 자연과의 교감에 대한 향수를 통해 사랑을 느끼고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나아가 인간끼리도 서로 사랑하고 교감함으로써 그 충만함 속에서 우주와 자신이 하나 되는 경이로운 정신적·영적 진화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더 이상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백해무익한 존재여서도 안 되며, 고도로 발달한 산업화의 기계 부품이어서도 안 된다. 또한 원죄의식 속에서 구원만을 바라는 가엾은 존재여서도 안 된다.
인류는 더 이상 안주(安住)하며 반목하고 질시한 채 소비만 하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존재이다.
내가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어떤 것을 창조하려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동굴의 원시인이 소박한 희망과 감정을 자연에 새겨 넣었듯이, 소중하고 아름답고 존귀한 본연의 가치를 잊어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자신이 얼마나 위대하고 큰 가치를 지닌 존재인지를 상기시키고자 함이다.//조광기//
장소 : 갤러리 카프
일시 : 202. 5. 14 – 5. 27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