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현展(갤러리 공감)_20260609

//전시 소개//
숨결처럼 스며드는 풍경, 마음을 감싸는 풍경

권지현의 회화는 자연을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바다와 하늘, 들풀과 꽃들은 눈앞의 풍경을 충실히 재현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동안 마음속에 오래 머물렀던 감정의 형상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Suum’ 역시 우리가 매일 의식하지 않은 채 반복하는 ‘숨’에서 비롯되었다. 숨은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이자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가장 조용한 행위이다. 작가는 이 작은 호흡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쉽게 지나쳐 버리는 것들의 존재를 화면 위에 천천히 불러낸다.

작품 속에는 들풀이 자주 등장한다. 이름 없이 피어나는 작은 꽃들과 바람에 몸을 맡긴 풀들은 화면의 주인공이라기보다 풍경을 살아 있게 만드는 숨결에 가깝다. 화려하거나 극적인 장면은 없다. 대신 낮게 드리운 수평선, 깊고 맑은 하늘, 잔잔한 바다, 그리고 바람을 머금은 풀잎들이 서로 호흡하며 하나의 정서를 만들어 낸다. 이 풍경은 특정한 장소를 가리키지 않는다.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 간직했을 법한 기억의 풍경이며, 위로받았던 어느 순간의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내면의 공간이다.

권지현의 색채는 특히 인상적이다. 푸른 바다와 하늘은 현실보다 더욱 맑고 투명하게 펼쳐지고, 초록빛 들판은 생명의 기운을 머금은 채 조용히 흔들린다. 이러한 색은 자연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감정의 온도를 전달하는 언어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푸른빛은 차갑기보다 포근하며, 초록은 생동감보다 평온함을 전한다. 절제된 색의 층위는 보는 이의 시선을 천천히 머물게 하고, 그림 앞에 선 시간마저 느리게 만든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새들 또한 중요한 존재이다.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들은 특정한 서사를 만들기보다 넓은 공간에 리듬과 호흡을 부여한다. 마치 바람의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 흔적처럼, 새들은 정지된 회화 속에서도 시간과 움직임을 느끼게 한다. 그 덕분에 작품은 고요하지만 결코 멈춰 있지 않다. 바람은 계속 흐르고, 풀은 흔들리며, 우리의 시선도 그 움직임을 따라 자연스럽게 화면 속을 산책하게 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추상적인 선과 패턴이 더해지며 새로운 화면 구성이 시도된다. 자연의 형상이 점차 기억과 감각의 흔적으로 변모하면서, 실제 풍경과 마음속 풍경의 경계는 더욱 흐려진다. 이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외부를 향한 관찰에서 내면을 향한 사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권지현의 작품은 큰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한 안부를 건넨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바람 한 줄기와 들풀 하나에도 위로받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의 그림 앞에서는 자연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호흡했던 자신의 시간을 다시 만나게 된다.

‘Suum’은 결국 자연에 대한 전시가 아니라 삶에 대한 전시이다. 우리를 묵묵히 감싸주었던 바람과 하늘, 이름 없는 들꽃처럼 평범하지만 소중한 존재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작업이다. 권지현의 회화는 화려한 언어보다 조용한 숨결로 관람자의 마음에 스며들며, 오래도록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작가 노트//
이번 전시 ‘Suum’은 우리가 호흡하는 ‘숨’에서 가져온 제목입니다.
제 작업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현한 것이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저를 감싸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도 흔들리는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다정한 안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장소 : 갤러리 공감
일시 : 202. 6. 9 – 6. 23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