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웅(나숨 갤러리)_20260901

//전시 소개//
부산 동구를 바탕으로 지역공동체와 함께 마을재생과 문화예술 사업을 하고 있는 ‘나숨협동조합’에서 문화예술공간 ‘나숨갤러리’(부산 동구 망양로 880-1)를 열었다. 나숨갤러리 1층은 전시 공간으로, 2층은 인문예술창작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세 번째 전시로 [나숨갤러리 개관 기념 초대전 ③ 송주웅 안창마을 회화 / 창창 울창 안창]을 오는 9/1(화)부터 9/18(금)까지 연다. 화가 송주웅은 부산 동구 안창마을 출신이다. 민초들의 삶을 현실주의 시각으로 형상화하는 송주웅의 ‘안창마을’ 주제 신작 개인전을 앞둔 쇼케이스 전시로 마련하였다. 창창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울창하게 모여 살던 안창마을 이야기 그림이다. 전시 작품 15점은 안창마을과 범내골, 산만디 삶을 그려낸 회화, 입체, 드로잉으로 구성하였다.
송주웅의 작업은 단순히 오래된 달동네를 재현한 것이 아니다. 이 작업은 시간이 켜켜이 쌓인 삶의 흔적을 조형적으로 복원한 기억의 초상이며 시대의 목소리와 인간의 존엄을 동시에 응시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함께 했던 고향마을, 산비탈을 따라 빼곡하게 작은 집들은 서로 기대어 서 있고, 좁은 계단과 골목은 인생길처럼 이어진다. 작고 낡은 집들이지만 수십 채가 모여 거대한 생명체를 만들고 있다. 시간이 흘러 산화된 청동의 색, 녹청의 색감은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는 기억의 색이다. 가난의 풍경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의 존엄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며 사라져 가는 마을의 기록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묻는다.

//전시 비평//
작품은 일단 멀리서 보다가 차츰 다가가서 보아야 한다. 접하는 순간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 있다. 한참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불순하고 불친절한 붓질이라기보다 오히려 대담하고 담담하다. 거친 채색은 그가 견뎌온, 그리고 시대가 함께 져야 했던 짐이 그대로 얹혀있다. 하지만 정작, 슬픔이라든가 분노보다 내재된 충만이 더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최근 그가 활발히 발표하고 있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더 그렇다.
송 작가는 가족과 시대를 껴안고 산다. 지긋지긋해서 외면할 법도 한데 그는 생긴 것과는 달리 소처럼 우직하다. 아니 먼 산처럼 든든한 작가다. 그는 늪 같은 화가다. 무엇이든 천천히 빨아당기는 묘한 힘이 있다.
송 작가 그림의 원천은 아무래도 고향 쪽으로 기웃거려 봐야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그는 부산 안창마을이 고향이다. 산꼭대기 마지막 달동네인 이 마을은 분주한 도심과 이어지고 있지만 언제나 섬처럼 고독한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한 채, 두 채, 얼기설기 지은 판자촌이 이 마을의 원형이다. 이런저런 연유로 밀려난 사람들이 등짐 겨우 내려놓을 수 있는 바람막이였던 곳이다. 그는 이 장소를 재구성하고 있다. 재건축과는 다른 의미다.
“삶의 흔적” 전에 이곳을 기어이 소환하는 이유는 현재 작업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다시”라는 부사는 방법이나 방향을 고쳐서 새로이 무엇인가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매만지는 삶의 흔적은 재구성, 원형의 복원, 그리움의 산적(山積)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원적(原籍) 그때를 추적한다. 이번 작품들은 그 속에 살던 사람으로 이어진다. 그 시절 꼬불꼬불했던 골목길을 따라 늘어서 있던 판자촌 이웃들 이야기, 그래서 “그때”와 “이때”의 경계를 가늠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역사는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그 힘으로 다음 시대를 이끌어 간다. 이런 명백한 사실이 잡담처럼 들리는가? 아니다. 그는 우리에게 담론을 제기하는 방식을 “삶의 흔적”으로 택했을 뿐이다. 삶의 흔적은 상처와도 같아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원도심으로 가는 그림들이 이번에 더 환한 길을 내줄 것으로 믿는다. 난, 이런 친구가 있어 마냥 행복하다.//시인 이기철//

장소 : 나숨 갤러리
일시 : 2026. 9. 1 –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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