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아트스페이스 이신은 역사적 비극과 상처가 아로새겨진 장소를 꾸준히 추적해 온 사진가 이세현의 개인전 ‘afterglow(잔광)’을 오는 9월 8일(화)부터 9월 20일(일)까지 개최합니다.
이세현 작가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과 트라우마가 깃든 공간을 찾아, 조명과 셔터를 통해 침묵 속에 묻힌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시각화해 온 사진가입니다. 제31회 광주미술상을 수상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전시 제목인 ‘잔광(殘光, afterglow)’은 불빛이 꺼진 뒤에도 한동안 주위를 맴도는 옅은 빛을 뜻합니다. 작가는 사건은 끝났으나 장소에 여전히 가라앉아 있는 침묵의 시간과 역사적 상흔을 붉고 푸른 인공조명과 카메라 셔터를 통해 현대 시각예술의 언어로 재호명합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건과 일상이 ‘반복해서 기억될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는 점을 환기하며, 이번 전시는 침묵하던 장소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건네는 묵직한 질문과 마주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입니다.

//전시 서문//
빛은 꺼진 후에도 한동안 남는다. 해가 넘어간 자리에 걸려 있는 옅은 빛, 촛불을 불어 끈 자리에 잠시 맴도는 빛, 꺼진 등에서 희미하게 깜박이는 불빛. 우리는 그것을 잔광이라 부른다. 사건도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흩어지고 시간은 흘러가지만, 그 일이 벌어졌던 자리에는 무언가 가라앉아 남는다.
이세현은 그 가라앉은 것들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곳에 내재된 시간의 층위를 시각화한다. 노근리 콘크리트에 남은 탄흔, 경산 코발트 광산의 갱도, 1980년 5월의 광주, 동해안을 가르는 군사 철책, 잿더미로 변한 의성의 산불 자리. 그는 이 장소들에 붉고 푸른 인공조명을 쏘아 그 안으로 침투한다. 빛이 표면을 훑는 짧은 순간, 잊혀 있던 상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셔터는 그 순간을 붙잡아 지금 이 자리로 끌어온다.
본 전시는 사건과 장소가 맺는 관계를 세 개의 축으로 조망한다. 노근리 쌍굴다리의 탄흔과 코발트 광산의 어둠. 표면의 상처와 그 아래의 깊이가 나란히 놓인다. 적십자병원과 광천시민아파트에 남겨진 사물들. 빛이 드리워지면 잊혔던 기억이 사진 속에서 다시 형태를 얻는다. 그리고 의성의 잔해와 동해안의 철책. 오래전 굳어버린 상처와 지금도 계속 생겨나는 흔적이 같은 시간 위에 있다. 스쳐 지나가는 사건과 일상은 반복해서 기억될 때 비로소 역사가 된다.
“모든 역사는 현재로 통한다.”
글로 쓰인 역사는 지나간 시간을 가리킨다. 장소에 남은 흔적은 계속 다시 보라고 요구한다. 기억은 그 요구에 응답할 때만 이어진다. 이세현의 《잔광》은 사건이 끝난 뒤에도 그 자리에 가라앉아 있던 시간이 빛을 만나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다. 그리하여 침묵하던 장소들이 지금의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이다.//이미정(기획자, 사진비평가//
장소 : 스페이스 이신
일시 : 2026. 9. 8 – 9. 2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