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본展(범향 갤러리)_20260901

//작가 노트//
부산에 정착한 지 40년이 지나간다. 부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다. 언젠가는 시원한 바다 풍경을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아왔다.
그러나 바다를 그린다는 것은 단순한 풍경의 재현이 아니다. 내게 바다는 오랜 시간 곁에 있었지만, 결코 쉽게 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붓이라는 도구로 쌓아올리는 방식이 아닌, 물기를리는 제한된 재료를 택해 깎아내다시피 전환한 것도 그 때문이다. 쌓기보다는 덜어내는 과정, 그 속에서 바다가 가진 시간의 깊이와 감정의 층위를 드러내고자 했다.
이번 작업은 그 오랜 마음을 처음으로 꺼내어 구현한 결과다. 푸른 단색의 바다 위로 갈매기들이 날고, 물결은 돌에 부딪혀 부서진다. 격렬하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파도의 움직임은 정적 속에서 서서히 밀려온다. 푸르고, 묵직하고, 깊다. 모든 색을 덜은 블루는 심연이며 동시에 하늘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질감은 더욱 거칠고, 마치 자연의 힘이 그대로 캔버스를 밀고 들어오는 듯하다.
나는 이 장면을 붓질로 그리는 대신, 표면을 조각하듯 깎아냈다. 그것은 바다의 표정을 더듬는 일이자, 나 스스로 그 풍경 앞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묻는 과정이었다.
이 작업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자연이 인간에게 던지는 무언의 힘이다. 단색이 주는 명상성과 그 속에 숨겨진 울림, 바다가 주는 압도감과 침묵, 그리고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의 고요한 체험. 삶은 결국 그 거대한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부딪히고 흔들리고, 다시 자리를 찾는 움직임의 반복인지도 모른다.//구명본//

장소 : 범향 갤러리
일시 : 2026. 9. 1 –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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