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갤러리 인터페이스는 2026년 9월 18일부터 10월 10일까지 이원호 개인전 ‘얄궂게 파란’을 개최한다.
이원호는 오랫동안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물과 장소의 가치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규칙과 경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질문해 온 작가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사물과 장소에 주목하며, 이미 정해진 의미와 관계를 조금씩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익숙한 가치와 판단의 기준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번 개인전 ‘얄궂게 파란’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파란색 이삿짐 플라스틱 박스가 주요한 매개로 등장한다. 물건을 담고 이동시키는 이 박스는 이사와 물류의 현장에서는 운반의 도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한 수단이 되며, 또 다른 상황에서는 사적인 물건과 기록을 외부로 옮기는 용기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하나의 사물이 놓이는 장소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되는 지점에 주목한다. 파란 박스를 통해 보호와 노출, 정착과 이동, 소유와 폐기, 허용과 금지처럼 서로 상반된 상태가 하나의 사물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살펴본다.

전시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과 연결된 고방유리도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유리 너머의 존재는 보이지만 그 형태를 온전히 알아볼 수 없는 고방유리의 특성은 시간이 흐르며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남는 우리의 기억과 닮아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보이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드러낸다.
동일한 규격과 색을 가진 파란 박스들이 반복되고 포개지는 또 다른 공간에서는 완전한 질서처럼 보이는 구조 속에서 미세한 차이와 어긋남이 나타난다. 작가는 이러한 틈을 결핍이나 실패가 아니라 다른 시간과 관계가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자리로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서 ‘파랑’은 단순한 색채를 넘어선다. 균질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파랑 안에는 서로 다른 시간과 흔적, 관계가 공존한다. 그리고 전시 제목의 ‘얄궂다’는 좋음과 불편함, 그리움과 거리감처럼 하나로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상태를 담고 있다.
‘얄궂게 파란’은 우리가 쉽게 가치 있다고 판단하거나 불필요하다고 버리는 것, 보았기 때문에 안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이미 사라졌기에 끝났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다시 질문한다. 이원호는 사라진 것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기보다, 사라진 장소와 사물의 흔적이 다른 형태로 어떻게 현재에 남아 관계를 만들어가는지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익숙한 사물을 통해 가치와 규칙, 소유와 이동, 장소와 기억, 보이는 것과 알 수 있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틈을 바라보게 한다. 그 틈에서 관객은 익숙하게 굳어진 판단을 잠시 멈추고, 사물과 장소 그리고 자신의 기억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게 된다.
장소 : 갤러리 인터페이스
일시 : 2026. 9. 18 – 10. 10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