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밀도 : 점의 노동, 빛의 기록展(어컴퍼니)_20260911

//전시 소개//
어컴퍼니는 2026년 9월 11일(금)부터 현대미술의 매체적 관습에 질문을 던지는 연중 기획 시리즈 ‘수집된 관습, 해방된 재료’의 2부 전시 ‘기록의 밀도 : 점의 노동, 빛의 기록’을 시작한다.

국내 미술 시장의 보수적인 ‘오일 온 캔버스’ 중심 관습에 대한 비판적 사유에서 출발한 이번 기획 시리즈는 지난 6월, 1부 ‘결의 온도’를 통해 회화 표면의 극단적인 온도 차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펜과 연필 끝의 집요한 수공성으로 삶의 면면을 다듬는 박자현 작가와, 숯과 재라는 거친 안료를 이용해 회화적 사진을 구축하는 박상용 작가가 참여해 ‘행위의 노동’과 ‘시간의 포착’이 만들어내는 축적의 미학을 펼쳐낸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박자현 작가는 펜으로 무수한 점을 찍고 연필로 선을 긋는 집요한 행위를 통해 작가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 그리고 점차 황폐해지는 도시와 자연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왔다.
수만 번의 펜 끝 타격이 만든 점의 미세한 층위는 사진적 매끄러움을 해체하고 회화적 깊이감과 묵직한 질감을 부여한다. 캔버스라는 관습적 지지체를 벗어나 종이와 펜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도구로 도달한 그의 작업은, 인내와 시간의 축적이 만드는 압도적인 존재의 밀도를 증명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작인 인물 시리즈 6점, 언덕 시리즈 2점, 집결지 시리즈 3점 등 총 11여점의 작품을 모아 한층 깊어진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 인물 점묘 연작: 작가 자신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사진을 보며 펜 끝의 점을 수없이 찍어내어 완성한 대표 작업이다. 집요한 점의 노동은 거대한 담론 이전에 내 곁에 존재하는 평범한 이들의 삶의 무게와 온기, 그리고 명확한 존재감을 화면 위에 시각적 밀도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 언덕 연작: 점묘법으로 구현된 산의 능선, 무덤의 봉, 인간의 등 곡선은 무엇이 자연이고 죽음이며 신체인지 그 경계를 모호하게 흐린다. 이 추상적인 형상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자연과 인간은 물론, 화면 깊숙이 집적된 무수한 시간의 층위를 떠올리게 한다.

• 집결지 연작 (창과 문): 동일한 크기의 화면을 연필 드로잉으로 가득 메운 이 연작은 과거 부산의 성매매 집결지 풍경과 흔적을 정교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안과 밖을 연결하여 소통을 상징해야 할 창과 문이 이 공간에서는 내부의 폭력적 삶을 은폐하는 가림막으로 기능했던 아이러니에 주목한다. 여성 착취나 인권적 해결이 아닌, 도시 재개발과 환경 정비 사업의 논리로 소멸해 버린 공간의 역사적 아픔, 그리고 그 안의 소외된 삶을 냉철하게 고발한다.

제주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박상용 작가는 카메라의 프레임으로 포착한 빛과 찰나의 순간을 종이라는 매체 위에 엄격하게 옮겨온다. 작가는 스쳐 지나가는 빛의 궤적과 인상들을 단순히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진이라는 매체의 광학적 한계를 넘어 재료의 강렬한 물성으로 현대사회의 아픔과 기억을 표현한다. 또한 그 안에 담긴 시간의 층위를 매끈한 디지털 인화 방식 대신, 타고 남은 ‘숯과 재’를 안료로 사용하는 고전 인화 기법(검프린트, 검 오일프린트)을 통해 시각적 구조로 다시 구축한다.

• 검프린트 & 검 오일프린트(Gum & Gum Oil Print) 기법: 작가는 타고 남은 ‘숯과 재’를 안료로 삼아 19세기 고전 인화 방식인 검프린트 및 검 오일프린트 기법을 적용한다. 연소되고 남은 재와 탄소의 입자를 종이 위에 직접 정착시키는 작업 과정은 찰나의 이미지를 묵직한 물질적 기억으로 환원시킨다.

• 사진과 회화의 경계 해체: 숯과 재의 거친 입자감과 그윽한 톤은 매끄러운 디지털 사진 프레임을 탈피하여 정교한 회화적 질감을 얻는다. 관객은 작품 앞에서 사진의 기록성과 회화의 촉각적 마티에르가 결합한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 현대사회의 아픔과 기억: 작가가 포착한 대상과 상징들은 타고 남은 재의 물성과 결합하며, 우리 사회가 통과해 온 시대적 비극과 잊힌 기억, 치유되지 않은 통증들을 침묵 속에서 증언한다. 광학적 기록을 넘어 회화적 아우라로 재탄생한 그의 프린트 작업은 관객으로 하여금 멈춰 선 시간의 밀도와 역사적 사유를 감각하게 만들며, ‘기록’으로서의 예술이 도달할 수 있는 미학적 지점을 제시한다.//어컴퍼니//

장소 : 어컴퍼니
일시 : 2026. 9. 11 –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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