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어떤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한때 마주했던 장면과 그때의 감각은 오래도록 마음 한편에 머물며, 어느 순간 낯선 모습으로 다시 떠오른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억은 조금씩 빛을 달리하고, 그 위로 새로운 경험과 감정이 조용히 포개진다. 선명했던 순간은 어느새 희미한 흔적이 되고, 희미해진 흔적은 또 다른 기억과 만나 새로운 장면을 만든다. 그렇게 남겨진 기억의 층에는 지나간 시간과 현재의 감각이 함께 머문다.
시간 속에 축적된 시각적 경험은 하나의 이미지로 머물지 않고 여러 층의 감각과 의미를 만들어낸다. 익숙한 이미지 또한 바라보는 순간과 위치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며, 새로운 모습으로 겹쳐진다.

투명한 섬유 사이로 스며드는 빛과 그 너머의 공간은 이미지와 함께 또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완전히 드러나거나 감춰지지 않는 이미지의 상태는 기억과 경험이 남아 있는 방식과 닮아 있다.
겹쳐지고 투과되며 다시 드러나는 이미지들은 시간 속에 쌓여온 경험의 층위를 표현한다. 투과성 섬유는 그 층위를 담아내는 매개가 되어, 작품 안에 여러 장면이 동시에 존재하게 만든다.
얇은 튤 위에 놓인 이미지는 선명하게 고정되지 않는다. 빛이 스며들고 공간이 비치면서 이미지의 일부는 드러나고 일부는 뒤로 물러난다. 투명한 섬유는 무엇인가를 담아내는 동시에 비워내며, 그 사이에 새로운 장면을 만든다.//이은정//
장소 : 갤러리 조이
일시 : 2026. 10. 2 – 10. 15
추PD의 아틀리에 / www.artv.kr / charmb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