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외성展(리 갤러리)_20261021

//평론//
정산(鼎山) 황외성 화백.

나는 그를 보거나, 그의 작품을 보노라면 야릇한 흥분에 일렁인다.
자기 수용의 자극이나 화려함의 치레가 아니다.
오히려 소박하고 가벼운 터치로 풀어내는,
그 먹빛의 스산함이 보는 자로 하여금 묘한 느낌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왜일까?
그가 지닌, 그만의 유니크한 예(藝)적 이디오징크라시(idiosyncracy)?

그의 그림의 특징은 ‘결’에 있다.
붓질의 기교로 드러나는 인위적 표상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응축돼 녹아 있는
녹도문(鹿圖文) 같은 원시적 무늬가 그냥 스멀스멀 배어 나오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작품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이 다 읽히고 해석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안하다.

누군가가 그를 두고 ‘이슬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순간, 그는 “나는 ‘참이슬’만 먹는다.”고 너스레를 피웠다.

자연인이 아니라 문명인이란 걸 강조하기 위한 순발력?
‘이슬(자연)’이든 ‘참이슬(문명)’이든, 먹는 그의 준법(遵法)은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될 성싶다.
남다른 한국미(韓國美)에 대한 그의 집착이 오늘의 그를 있게 한 자양분이었을 테니 말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만의 독자적 기법(技法)을 구사하기 위해
노심초사 늘 새로운 삶의 환경과 부대끼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그는 초지일관(初志一貫)이다.
연륜이 쌓인 그의 전시회가 각별히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다.
온갖 류(類)의 문화가 전통을 흔드는 작금(昨今)에 굳건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 결코 저버려서는
안 될 한국인의 정서와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는 그의 열정에 우리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만 장래에도 그의 ‘이슬’처럼 투명한 영성(靈性)이 더욱 위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소망)이 있다.
붓질이 힘에 부칠 때까지 지금의 위대를 더욱더 팽창시키기를.//강재일(전 건국대 철학교양학부 교수)

//작품 세계와 전시 소식//
“먹빛의 ‘결’에 스며든 한국적 정서, 황외성 작가의 작품세계”

리 갤러리에서 10월 21일부터 27일까지… 수묵의 깊이와 색채의 울림을 만나다

그림 앞에서 우리는 때로 해석보다 감각을 먼저 만난다. 붓이 지나간 자리와 먹이 번진 흔적, 화면에 남겨진 여백이 설명에 앞서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이다. 황외성 작가의 작품은 그러한 만남으로 관람객을 이끈다. 짙은 먹빛과 가벼운 붓의 움직임, 은근하게 배어 나오는 색채가 어우러지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펼쳐 보인다. 작품을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화면을 바라볼 때, 그 안에 깃든 정서가 서서히 다가온다.

황외성 작가의 전시가 2026년 10월 21일부터 27일까지 리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장 사진에는 강렬한 흑백 대비가 돋보이는 큰 작품과 녹색·청색 계열의 작은 화면, 꽃과 풍경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함께 자리한다. 작품마다 색과 형상, 화면을 채우는 방식은 다르지만, 붓의 흔적과 여백이 이루는 호흡은 전시 공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기교 너머, 내면에서 배어 나오는 ‘결’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말은 결이다. 강재일 전 건국대 철학교양학부 교수는 평론에서 그의 그림이 지닌 특징을 ‘결’로 짚는다. 이는 붓질의 기교로 만들어 낸 인위적인 표상보다 인간 내면에 응축된 원초적인 무늬가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상태에 가깝다. 화면의 흔적은 무엇을 그렸는지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보는 이의 기억과 감각을 건드리는 통로가 된다.

이러한 시선은 전시장 사진 속 작품에서도 읽힌다. 왼쪽의 큰 흑백 작품에서는 굵고 힘찬 붓질과 상대적으로 밝게 남겨진 부분이 맞물리며 화면에 긴장감을 만든다. 짙은 먹의 덩어리 사이로 드러나는 가느다란 선과 여백은 시선을 안쪽으로 끌어들인다. 작은 작품들에서는 한층 절제된 구성과 색의 변화가 눈길을 붙든다. 크기가 다른 화면을 오가며 관람하는 과정에서 먹과 색, 채움과 비움의 관계를 비교해 볼 수 있다.

강 교수는 그의 그림에 대해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는 작품의 의미가 단순하다는 뜻이라기보다, 감상자의 직관에 먼저 닿는 힘을 강조한 표현으로 읽힌다. 특정한 지식이나 해설을 앞세우지 않더라도 먹빛의 스산함과 붓질의 가벼움, 화면에 스민 정서를 통해 작품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먹과 색, 서로 다른 화면이 이루는 호흡

이번 전시 사진에서 눈에 띄는 것은 먹의 표현과 색채의 울림이 나란히 놓여 있다는 점이다. 녹색과 청색이 중심을 이루는 화면은 색의 미묘한 차이와 표면의 흔적에 시선을 집중하게 한다. 꽃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에서는 형상과 색이 응축된 인상을 남기고, 풍경을 연상시키는 작은 화면은 간결한 구성으로 관람객의 상상에 여지를 둔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작품을 함께 바라보면 작가의 세계를 하나의 소재나 색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강한 먹의 움직임이 화면을 이끄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작은 색면과 여백이 조용하게 말을 거는 순간도 있다. 전시는 그 차이를 따라가면서 각 작품에 머무는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도록 이끈다. 한 걸음 물러나 전체를 보고, 다시 가까이 다가가 붓의 흔적을 살피는 감상이 어울리는 구성이다.

한국적 정서를 지켜 온 시선

평론은 작가의 작업을 한국미에 대한 집착과 초지일관의 태도로 설명한다. 새로운 환경과 독자적인 기법을 찾아 변화하려는 예술가들의 모습과 대비하면서, 자신이 지켜 온 미적 지향을 꾸준히 이어 가는 자세에 주목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통을 고정된 형식으로 되풀이하는 일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와 감정을 작품 안에 오롯이 담으려는 열정이다.

평론에 등장하는 ‘이슬’과 ‘참이슬’의 일화는 작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준다. 누군가 그를 ‘이슬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하자 “나는 ‘참이슬’만 먹는다”고 응수했다는 이야기다. 맑고 투명한 이미지를 생활 속 유머로 바꾸는 이 장면은, 작품에 대한 진지한 시선과 소탈한 성품을 함께 전한다.

리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러한 평론의 언어를 실제 화면과 나란히 놓고 살펴볼 기회다. 먹빛의 깊이와 색채의 변화, 크고 작은 화면이 만들어 내는 리듬을 따라가며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는 감각에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작품의 ‘결’은 설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 앞에 머무는 관람객 각자의 경험 속에서도 새롭게 드러날 것이다.

장소 : 리 갤러리
일시 : 2026. 10. 21 –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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