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숙展(갤러리 아인)_140408

과거에는 서양화와 동양화의 구분이 어느 정도 선명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형식을 조금씩 차용하며 모호한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가령 동양화를 전공한 황나현 작가는 화려한 꽃과 얼룩말을 통해 서양화 느낌이 낸다거나 올 해 1월 초 갤러리 이배에서 선보인 이우림 작가의 작품에서는 서양화에 조선시대 풍속화를 도입하여 현실과 상상 사이의 미묘함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비록 시대적인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동질의 정서를 포함하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해운대 중동에 있는 갤러리 아인에서는 최은숙 동양화가를 초대해서 동양화와 서양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 제목은 ‘봄날, 그들과 함께’이다. 최은숙 작가는 단국대 예술학과와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서 박사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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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만난 작품의 첫 인상은 작품 배경에 그려진 이미지와 전통시장의 풍경이었다. 주로 작품 배경으로 사용된 이미지는 마치 사진을 인화한 듯했고 그 위에 그려진 조선시대 풍속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겹쳐져 있었다. 작품 배경이 사진처럼 보이는 이유는 작가가 카메라에 담은 시장 풍경의 화각이 사진의 원근법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이우림 작가의 작품은 같은 공간에 현대 인물과 조선시대 풍속도 속 인물이 동등하고 공존하면서도 외향적인 이질감이 느껴진다면, 최은숙 작가의 작품 속 현대인과 과거인은 마치 대화를 하거나 지나가면 부딪칠 듯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전통시장이라는 공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를 느끼게 한다. 어릴 적 어머니 손을 꼭 잡고 따라 다니던 기억, 조금은 거칠지만 물건을 기분 좋게 흥정하는 시장 상인들, 맛있는 냄새를 쫓다 어머니의 손을 놓치고 울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한여름에는 시장 한 구석의 역겨운 냄새로 코를 막기도 하고 겨울이면 시장통 한 가운데 물을 채워 스케이트장을 만들기도 했다. 시장은 어른과 아이들의 친근한 친구고 놀이터였다. 최은숙 작가의 작품 속에 공존하는 현대와 과거는 이러한 시장에 대한 추억이 과거에도,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다시 상기시켜 주고 있다.

『시장 안 풍경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본능적인 순수한 시각을 주변 생활 속에서 끌어내어 표현한다. 자연이 주는 순수함과 생명력은 인간이 잃어가고 있는 본성에 대한 동경이며 안락과 휴식을 향한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작품 속 풍경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고 그 속에서 우리가 잃어가는 자연과 옛 추억에 대한 인간 본성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마음속의 공간을 상상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현실의 공간인 시장을 가상의 시공간으로 재창조되어졌으며, 이러한 작업의 탐구 과정은 내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으로의 그리움과 향수인 것이다.』<작가 노트 중에서>

인터뷰 전날 부산을 찾은 작가는 해운대 달맞이고개를 둘러보고 기왕 내려왔으니 몇 몇 전통시장을 방문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는 어머니를 부산까지 모시고 왔는데, 어머니의 입담 덕분에 인터뷰 내내 전시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가급적 전국의 많은 시장을 둘러본다는 작가, 각 지역의 사투리와 색다른 정겨운 분위기에서 모티브를 얻고 작업에 임한다는 최은숙 작가는 지금도 전통시장을 통해 희로애락과 소통을 찾고 있다. 그녀의 다음 전통시장 풍경이 기대된다. 전시는 5월 2일까지 이어진다.

[최은숙 작가 인터뷰 영상]

– 장소 : 갤러리 아인
– 일시 : 2014. 4. 8 –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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