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선展(갤러리아인)_140610

전시장에 아이들이 한 가득하다. 노랗게 파마머리를 한 아이도 있고, 선글라스를 끼고 장난스런 표정을 짓는 아이도 있다. 작품 속 아이들 곁으로 비누방울 풍선들이 둥둥 떠다니고 어떤 아이의 얼굴에는 인디언처럼 옅은 무늬를 그려 넣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해 맑은 얼굴보다는 무표정하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으며 뒤돌아 서 있기도 하다.

전시장에서 박경선 작가를 만났다. 요모조모 작품에 대한 설명을 잘 해 준다. 아직은 신진 작가지만 최근 1~2년간 아트페어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화를 하면서 작가가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진 않았지만 작품 속 아이가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무표정 하거나 골똘하게 생각하고, 새총의 끝에 호랑이를 건 모습 등에서 작가의 의도가 읽혀졌다. 작가는 첫 개인전부터 이번 전시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유년 시절의 기억(그것이 좋은 기억이든 아니든), 어쩌면 기억보다는 상처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작가는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아직도 치유의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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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신의 상처 원인을 유년기 시절의 ‘애착관계 부재’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주변 환경도 큰 요인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고향에서도, 살고 있는 집에서도, 대관령이 보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도 외롭고 우울한 유년기를 겪은 것 같다. 이러한 경험에 대해 작가는 초창기 작업 ‘Freezing-self soothing series’에서 감정적 추위로 인한 자기 치유에 목적이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오래된 병리현상으로 인해 가려졌던 진정한 ‘나’라는 존재의 확진 과정을 시도한 전시였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상처의 치유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세상에 표출하여 구원과 해방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작품에는 모두 제목이 달려있다. ‘담담하게’, ‘메롱’, ‘무엇을 위하여’, ‘순간 안에’, ‘아프락사스’, ‘어떻게 생각해’, ‘어라’, ‘왜 그러셨어요’, ‘이상하리만치’, ‘침묵의 역사’, ‘타인의 기억’, ‘한참을 웃겠지’, ‘할 수 있는 건 없을지 모른다’, ‘환생의 순간’ 등 이미지와 함께 짧은 제목 속에 의미를 담았다.

『‘egocentric speech’란 자기중심적인 화법으로서 쉽게 말하면 ‘혼잣말’이다. 원래는 7세 이하의 아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행동언어이지만 성인이 되서 하는 혼잣말은 힘든 상황에 처해있을 때 나타난다고 한다. 인간은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보호하고 생존을 위한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egocentric speech’다.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쉬어야함을 알려준다. 본인은 내면의 어린아이, 즉 자아를 일방적으로 보듬는 과정을 밟아 오면서 어느 순간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함을 알게 된 후 Freezing–egocentric speech란 작업을 발전시킨다.
정신적 상처는 삶에 있어서 부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으나 예술작품으로 승화 되었을 때 상처는 치유되고 긍정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트라우마라는 주제로 회화와 심리적 경험을 연결시켜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것 또한 진정한 소통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의 한 부분일 뿐이다. 본인이 작품을 통해 자가 치유의 과정을 거치며 깨달음을 얻고 진정한 자신을 알게 됨으로써 궁극적인 바람인 본인과 타인과의 진정한 마음의 전달, 소통의 기대를 나타낸다.』<작가 노트 중에서>

이번 전시는 관객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에 충실하고 치유를 위한 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는 관객들이 작품 속 아이를 깊게 봐 주기를 바란다. 아이의 표정, 호랑이 장난감과 얼굴에 새겨진 호랑이 무늬, 신체의 주위를 맴도는 감정 덩어리… 작가의 바람처럼 작품 활동을 통해 치유되고 긍정의 에너지로 변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음 전시에는 어떤 아이의 모습이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전시는 해운대 중동 갤러리 아인에서 7월 11일까지 이어진다.

– 장소 : 갤러리아인
– 일시 : 2014. 6. 10 –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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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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